[오늘의 경제소사/12월30일] 야콥 푸거

세계 최초의 다국적기업. 교황을 면죄부 판매로 내몬 원인 제공자. 역사에 빛나는 자선사업 그룹. 독일 푸거 가문이다. 푸거가의 재산은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메디치 가문의 다섯 배 를 넘었다고 전해진다. 푸거상업제국을 연 것은 야콥 푸거 2세(Jacob Fugger Junior). 1459년 직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사업을 광산업과 무역ㆍ금융업으로 넓혀갔다. 사업을 넓힐 수 있었던 비결은 남 다른 정보력. 푸거는 곳곳에 심어놓은 정보원과 거울을 이용한 빛 신호전달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거울의 반사경은 스페인에서 발생한 일을 두 시간 만에 독일에 알릴 수 있었다. 푸거의 정보력은 은행 송금제도와 우편제도의 정착으로 이어졌다. 푸거는 정치에도 개입했다. 교황이나 왕ㆍ영주들은 푸거의 주요 대출 고객이었다. 1517년 교황 레오 10세가 면죄부 판매에 나선 진짜 이유는 성베드로 대성당 건립비용 마련이 아니라 푸거에게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력과 친해진 푸거에게 돌아온 반대급부는 독점. 세계 최초의 반(反)독점 소송 대상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을 만큼 손대는 사업마다 독점구조를 만들었던 푸거상회의 이익률은 연평균 54.5%. 사업이 번창하자 푸거의 사업체는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푸거는 지사장들의 급여를 당시 최고액을 받던 대학 교수의 3배 수준으로 지급, 충성을 이끌어냈다. 1525년 12월30일 사망하기 전 푸거는 자선사업에 나섰다. 세계 최초로 대규모 민간 복지시설을 만든 것. 방 3개에 부엌 하나가 딸린 147가구의 아파트는 그의 고향인 아우구스부르크에 ‘푸거리아’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박물관과 빈민복지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