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엔 새로운 미디어가 태어나는 공식이 있다.
일단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미디어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새 시대의 총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장밋빛 전망도 빼놓을 수 없다. 뉴미디어를 반대하는 기존 사업자와 규제 법률은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 정도로 치부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빛을 보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이내 처치 곤란한 계륵으로 전락한다.
먼저 지난 95년 출범한 케이블TV. 화려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부실한 콘텐츠에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다. 외환위기 후 아사 직전의 케이블을 그나마 살린 건 홈쇼핑과 초고속 인터넷, 그리고 난시청 해소를 외면한 지상파의 게으름이었다.
2002년 시작한 위성방송. 모두들 미디어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했지만 스카이라이프는 창사 5년만인 올해야 겨우 소폭의 흑자를 보였다. 가입자 증가는 2년 전에 멈췄다. 이젠 소비자와 규제기관, 전문가 그 누구도 위성방송을 미디어의 주류로 보지 않는다.
2005년 선보인 DMB. ‘내 손안의 TV’라는 혁명적인 기술로 미디어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출범 2년인 지금, 위성DMB 휴대폰을 산 소비자는 약정 기간이 끝나면 서비스를 해지하기 바쁘고 지상파DMB 단말기를 산 소비자들도 좀처럼 전원을 켜지 않는다.
2007년 오늘. 정치권에선 또 다른 뉴미디어 IPTV 도입을 놓고 진통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밥그릇을 뺏길 거라며 반발하고 규제 기관들은 서로 자기 소관이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IPTV가 ‘21세기 미디어의 왕’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게 겪고도 10년 넘게 반복돼 온 ‘뉴미디어의 환상’은 변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걸 말리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새 서비스를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 과연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있을 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냉철하게 바라보자. 지나가는 시민을 붙잡고 IPTV가 뭐냐고 물어보면 과연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