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차익거래, 외국인 독무대되나

연기금 이어 우정본부도
정부, 거래세 부과 방침
외국인 비중 50% 육박
증시 전체 왜곡 가능성도


정부가 공모펀드와 연기금의 주식거래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한 후 프로그램 차익거래시장이 외국인들의 독무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기금 등에 대한 거래세 부과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차익거래는 대폭 줄어드는 반면 외국인들의 비중은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주식거래에도 거래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차익거래시장에서 국내 기관의 거래위축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부터 공모펀드와 연기금의 주식거래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우정사업본부를 세금부과 대상에 편입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현선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프로그램 차익매매시장에서 국내 기관의 참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차익거래는 보통 한 거래당 0.5% 안팎의 수익률을 노리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에 거래세(거래금액의 0.3%)가 부과되면 사실상 수익을 남길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올 초부터 공모펀드와 연기금이 거래세 부담으로 차익거래시장에서 대거 발을 빼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1월부터 8월 말까지 차익거래 규모는 41조5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조6,606억원)에 비해 44% 정도 줄었다. 반면 외국인의 경우 조달금리가 낮은데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환차익까지 가능해 거래세를 납부하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어 유리하다. 이에 따라 차익거래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차익거래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6.9%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익거래시장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우정사업본부마저 세금부담으로 거래를 꺼릴 경우 차익거래시장은 사실상 외국인들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파생담당 연구원은 "외국인이 차익거래시장을 선점하면 앞으로 이들이 의도적으로 프로그램 매도ㆍ매수를 통해 증권시장 전체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동안 차익거래시장의 순기능이었던 현물ㆍ선물 간 원활한 유동성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관들에 거래세를 물리지 않았던 것은 과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방안"이라며 "연기금 등 다른 기관들과의 거래 형평성을 위해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세금부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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