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ㆍ오토바이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천만에!”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선언이다. 이 같은 외침을 사업에 본격 반영하기 시작한 곳은 선진권 관련 업계다. 최근 미 경제 주간 비즈니스위크가 그 사례를 소개한 기업 중 이탈리아 스쿠터 제조업체 베스파사. 이 회사는 당초 20대를 겨냥해 내놓은 제품 모델이 미국내 50대 이상 고객 층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자 아예 마케팅 타깃을 실버 세대로 전격 수정했다. 명품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 데이비슨. 주 고객의 평균 연령은 놀랍게도 50대다. ‘오토바이는 젊은이용’이란 기존 관념을 깨는 ‘뉴 트렌드’다. 실버 고객들로 인한 변화는 소비 제품 뿐만이 아니라 문화의 틀마저도 바꿔놓고 있다. 미 보스턴의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가 인쇄비용 절감을 위해 신문 활자 크기를 줄였다 노년층 독자들로부터 혼 줄이 난 건 업계에 회자되는 얘기다. 미국의 출판업계가 이를 계기로 노년층의 눈치를 봐가며 글자 크기 늘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젊은이 대상(對相)’의 등식이 이제 슬금슬금 실버 세대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 시대 대세다. 자식들 없이 노부부 단둘이 여생을 즐긴다는 ‘통크’(TONK:Two Only, No Kid)족, 역동적 인생을 즐기는 신노인층을 일컫는 이른바 ‘오팔’(0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족 등 노령화 시대의 풍속도를 반영하는 이 같은 신조어들의 의미를 기업들이 귀를 바짝 세우고 듣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이 같은 글로벌 메가 트렌드속 우리 업계를 돌아보려는 의도로 삼성의 경우를 보자. 일단 경영 실적으로 그 혜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2년 전 행적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참석차 체코를 방문 했던 지난 2003년 이 회장의 당시 행보는 많은 얘기 거리를 남겼다. 회의 참석 후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의 강소국들을 둘러 본 일정 중 그가 실버 타운을 방문했던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당시 이 회장은 에릭슨 노키아 등 세계적 기업들을 둘러보는 빠듯한 일정 중 시간을 쪼개 스웨덴의 실버 타운 ‘필트라드’와 장지 시설인 ‘우디랜드’를 둘러봤다. 그 두 곳은 잘 갖춰진 노후 복지 시설로 유명한 곳. 이 회장의 그곳 방문을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삼성을 잘 아는 사람들의 평가는 다르다. 그들에 따르면 이 회장이 실버 산업을 보는 눈길은 남다르다. 지난 2001년도 심혈을 기울여 실버 타운 노블 카운티를 용인에 세운 이 회장의 실버 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삼성의 향후 사업에 어떤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주목되고 있다. 세계적 기업을 키운 기업 총수의 행보의 의미를 대한민국 업계 전체로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직까지 회의적 상황이다. ▦여전히 20~30대 만을 겨냥한 마케팅만이 주류(主流)로 평가되는 우리 시장의 현실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 결여의 결과다.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처지를 둘러보면 그 같은 단정은 확신으로 바뀐다. 우리나라 민간 전체 소비에서 실버 관련 상품 및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9%. 미국의 30%에 비교하면 한참 뒤 처진 수준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간극이 바로 기업에게 다가올 황금 시장을 뜻하기도 하다.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만큼 성장 잠재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가 기업들에 던진 화두는 “그들 베이비 부머를 사랑하라(Love Those Boomers)”다. 잡지는 실버 세대의 삶에 대한 보다 적극적 태도와 라이프 스타일이 글로벌 마켓의 새 꿈이 되고 있다며 그같이 강조했다. 몇 년전 미 화이자사가 노년층을 겨냥 출시했던 발기부전 치료제 바이아그라는 공전의 대박을 터트리며 제약업계의 신화를 썼다. 그리고 이제 몇 해가 흘렀다. 세계는 그동안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됐고 그 추세는 앞으로 더 빨라질 거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세계-‘바이아그라 경제학’에 먼저 눈을 뜨는 자의 판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