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문화산책] 문화재보호 제대로 하자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국보가 도난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것이 얼마 전이다. 지금 신축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안 및 안전시설도 미비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에 경주의 선덕여왕릉을 찾아가보고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국립공원 구역에 자리잡고, 사적 182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재가 제대로 된 출입구도 없고 관리인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선덕여왕이 누군가. 재위중에는 관세음보살의 현신으로 추앙받던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 아닌가. 이처럼 중요한 사적지가 방치되다시피 해 덜 떨어진 인간들이 어슬렁거리다가 대소변이라도 보고 가면 어쩔 것인가. 하긴, 국조 단군왕검의 동상을 우상이라면서 밤중에 몰래 톱으로 목을 잘라가고, 겨레의 구세주 이순신 장군의 묘소에 식칼을 꽂기도 하는 무지몽매한 후손들이니 무슨 할말이 더 있으랴. 이러고도 우리가 반만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민족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러니까 프랑스에 강탈당한 외규장각도서도 아직까지 되찾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장마가 한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해 등 재해에 따른 전국 각지의 문화재 보호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장마 전에 감사원이 발표한 `자연재해 대비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가 및 시럿?지정문화재 8,478건 가운데 60%가 넘는 5,871건이 자연재해시 직접피해를 당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재해예방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자체들이 관리하는 국보렉많갬사적을 포함한 문화재의 경우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재해를 입고도 예산과 인력부족을 이유로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함으로써 올 장마에도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도대체 아까운 혈세를 어디에다 쏟아붓기에 문화유산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가.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동의 없이 김정일 독재정권에게 아까운 혈세를 퍼주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인민들`은 굶어죽어도 아랑곳않는 김정일에게 몰래, 계속 퍼주는 것이 이른바 통일비용이란 말인가. 또 지자체들도 쓸모없는 행사나 만들어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자기 고장의 문화재를 제대로 지켜야겠다. 그것이 곧 훌륭한 문화유산을 남겨준 선조에 대한 도리요,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는 바른 자세일 것이다. <황원갑(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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