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일본롯데홀딩스 문건으로 본 롯데 지배구조 4대 궁금증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전자기판보다 더 복잡하다. 직원들도 정체를 모를 정도다. 모체 격인 일본 롯데의 지분구조와 한국 롯데의 연결고리도 고차방정식을 능가한다. 서울경제신문이 일본롯데홀딩스의 홈페이지 게재 내용과 정부 제출 보고서 등 내부 문건을 토대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종합 분석한 결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L투자회사는 쇠락하는 일본 롯데를 살리기 위한 승부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L투자회사는 한국과 일본 롯데의 순환출자를 구성하기 위한 단순 도구로 관측돼왔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또 일본 롯데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롯데전략적투자'도 롯데홀딩스가 상당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일본 롯데뿐만 아니라 한일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주요 궁금증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① L투자회사 설립 '신사업 진출로 日롯데 살리기' 승부수였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L투자회사는 일본 롯데의 재기를 위해 탄생했다.

L 1부터 12까지 12개에 달하는 이들 회사는 겉으로 보기에 복잡하지만 일정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난 1999년 일본 정부는 경쟁력 강화에 나선 기업에 혜택을 주는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을 발효했다. 롯데도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내놓고 등록면허세를 0.7%에서 0.35%로 경감 받는 혜택을 누렸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게 L투자회사다. 일본 롯데는 특별법 적용 시한인 2008년 안에 지주사 전환을 끝내기 위해 2007년 '플랜 두(Plan do) 2008'을 내놓았다. 이때 L투자회사가 언급된다.

롯데는 과자·빙과, 건강산업을 2대 축으로 정하고 계열사마다 L투자회사를 세워 투자와 관리를 맡겼다. 이들 L투자회사는 분야별로 과자·빙과는 롯데홀딩스, 건강산업은 롯데전략적투자가 관할하도록 했다.

L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일본 내 지배구조 개편은 4일간 증자와 흡수합병, 주식교환을 거쳐 나왔다.

L1은 롯데건강산업, L3는 롯데냉과 같은 각 계열사와 일대일 흡수합병 후 재분할을 거치며 해당 계열사를 100% 지배하는 회사가 됐다. 과자 제조·판매를 담당할 L3(롯데냉과)와 L4(롯데물류), L6(롯데식품판매)는 L2(롯데상사)와 주식을 교환해 L2의 100% 지배를 받는 자회사가 됐다.

나머지 L1과 7·8·9·10·11·12는 주식 교환을 통해 롯데전략적투자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은 모두 2007년 3월29일부터 4월1일 사이 이뤄졌다.

② L투자회사 자회사 대거 폐쇄 왜… 신동주 사업실패 탓

서울경제신문이 파악한 문건을 보면 L투자회사의 자회사 상당수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는 2007년 보고서에서도 분명하게 언급돼 있다. 건강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L투자회사의 자회사는 일본 정부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3개나 문을 닫았다.

이어 지난해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보였던 건강사업 자회사도 문을 닫았다.

이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사업적 성공 기회를 주기 위해 L투자회사의 자회사로 만들도록 용인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L투자회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사업 구조 전반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였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폐쇄된 4개 L투자회사 자회사가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의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에게 주려던 기회가 도리어 목줄을 잡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③ 한국 롯데 지배권?… L투자회사 2007년 호텔롯데 주인으로

한국 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는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를 지배하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L투자회사가 갖고 있다. 이들은 호텔롯데의 주식 72.65%를 보유했다. L투자회사는 또 롯데로지스틱스(45.34%)와 롯데알미늄(34.92%)의 최대주주다. 또 부산롯데호텔(53.38%)과 롯데물산(4.98%), 롯데푸드(4.34%)의 주요 주주다.

한국 내 롯데에서 L투자회사의 전면 등장은 일본보다 시기가 앞선다. 일본 사업 재편에 앞서 한국에서 먼저 지배구조를 정리한 셈이다.

L투자회사는 2007년 한국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2006년도 호텔롯데 감사보고서에는 주요 주주에 L투자회사가 없지만 2007년 지분 구성은 일본 롯데홀딩스(19.2%), L4투자회사(15.7%), L9투자회사(10.5%), 일본국 기타(54.6%)로 바뀌었다.

④ L투자회사 구조는?… 전략적투자 산하 7개사도 홀딩스 보유

12개에 달하는 L투자회사의 실질적 지배자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유력하다.

'플랜 두 2008'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전략적투자의 관할 영역을 나눠놓았지만 실제로는 롯데홀딩스가 전략적투자의 지분을 갖고 있어 롯데홀딩스의 지시를 받는 형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롯데홀딩스가 롯데전략적투자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홀딩스가 과자와 빙과는 물론 최종적으로는 전략적투자를 거쳐 일본 롯데의 전사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달 열릴 예정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의 승리자가 한일 롯데를 모두 장악할 수 있는 셈이다. 롯데홀딩스는 비상장사인 광윤사가 모회사다.

일본 회사법 전문가인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롯데홀딩스가 전략적투자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정확한 내용은 세밀한 정보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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