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탁업무 분리시도" 반발

정부가 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을 고치면서 은행 신탁부문만을 총괄하는 등기임원을 두도록 하자 은행권이 사실상 신탁부문을 은행에서 떼내려는 시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규모가 작은 일부 지방은행들은 새 등기임원을 선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신탁부문의 수익을 넘기 때문에 오는 4월 법률 시행 후에도 자산운용업무는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오는 4월 자산운용업법 시행후 은행들에 신탁부문만을 총괄하는 등기임원을 두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경부의 이 같은 방침은 신탁업무와 은행고유업무간의 방화벽을 만들어 양쪽의 부정거래를 없애고, 한쪽의 부실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재경부의 방침에 현실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등기임원이란 3년간의 임기를 보장받은 경영진인데, 현재 시중은행에는 사외이사를 제외하고는 은행장과 수석부행장 등 등기임원의 수가 1~3명 수준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은행의 신탁부문만을 담당하는 등기임원을 따로 두는 것은 현재의 은행시스템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신탁부문만을 총괄하는 등기임원을 따로 두려는 방침이 결국 신탁부문을 은행과 분리시키기 위한 정부의 사전작업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탁영업의 수익이 그리 크지 않는 상황에서 등기임원까지 두게 되면 오히려 비용지출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간접투자상품 시장이 활성화 될 때까지는 기존 영업방식대로, 투신권의 상품을 대행판매하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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