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쓰나미 이겨낼 장기 축산정책 세워야

국내 축산업의 마지막 보루였던 관세장벽이 잇단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내년부터 오는 2030년께까지 대부분 사라진다. 18~40%에 이르던 돼지·닭·쇠고기 수입관세는 칠레·유럽연합(EU)·미국을 시작으로 이미 낮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5일 FTA 협상이 타결된 호주를 시작으로 캐나다·뉴질랜드 등 축산강국들도 이 대열에 속속 합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 축산업이 입을 피해액만 8조원으로 농어업 총 피해액의 60%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관건은 관세장벽에 기대 근근이 버텨오던 국내 축산업이 FTA를 비롯한 '개방 쓰나미'에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호주·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40~37%의 관세를 물고도 뛰어난 가격경쟁력으로 국내 쇠고기 시장(50만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관세마저 철폐돼 한우와의 가격 격차가 1.8~2배에서 2.5배 이상으로 벌어지면 한우농가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3년 전 구제역 파동 이후 한우 사육두수를 늘렸다가 경기불황→소비위축→가격폭락에 사료값 급등으로 몸살을 앓은 터라 더욱 그렇다.

돼지·닭고기 농가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4만여 한우농가 중 10%가 최근 1년 새 폐업한 마당이어서 양돈농가의 30% 이상이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는 엄살이 아니다.

농업생산액의 40%를 차지하는 축산업이 무너지면 농촌경제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 축산업이 살아남으려면 품질·생산성은 높이고 사료비 등 생산비용을 낮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수입산과의 차별성,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10년간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FTA 축산 분야 대책을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보완할 필요가 있다. 소득보전직불금 등 돈으로 농심(農心)을 달래는 대책은 최소화해야 한다. 농·축협, 축산농가와 공조해 축산물 생산·유통시스템을 권역별로 묶어 재정비하는 등 복잡한 유통단계의 단순화도 긴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