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투톱 복지·증세 충돌] 보수vs개혁 갈등 불가피… 일단 복지지출 구조조정에 무게

金 "씀씀이 줄여야"에 劉 "증세도 필요하다"
靑과 거리두기 공감대 불구 정책 기조 시각차
당내서도 의견 엇갈려 논의 과정서 진통 예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에 반대하는 입장은 같지만 복지와 증세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의견이 엇갈려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중진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선으로 들어선 김무성·유승민의 비박계 '투톱(당 대표+원내대표)' 체제의 청와대 거리 두기는 예견된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함께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빠지면서 당내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커졌고 청와대와 선을 긋지 않고는 내년 총선도 어렵다는 전망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와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한 'KY(김무성·유승민) 라인'이 정부에서 불가침 영역으로 강조해온 '증세 없는 복지' 폐기를 주장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를 향한 공동 연합전선은 펼쳤지만 문제는 양측에서 생각하는 증세나 복지에 대한 시각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갈 경우 지도부 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어 여당 내부가 격랑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당 투톱의 시각차 노출=김 대표는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에서는 벗어났지만 증세보다는 복지지출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복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복지는 재원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당시 무상보육에 4조~5조원이 들어간다고 했는데 지난해에 10조원이 들었다. 복지 수준 향상은 국민들이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나태해지지 않고 경쟁심 상실의 상태가 오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해야 한다"며 지나친 무상복지의 확대를 경계했다. 김 대표는 연찬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복지 부문에 중복과 부정 지출이 많은데 이런 것을 조정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줄여 세출 조정을 해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안 될 때 증세로 가는 것"이라며 '선 구조조정, 후 증세' 입장을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증세와 무상복지에 대해 김 대표와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복지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는 복지지출을 크게 줄일 수 없다며 증세를 필수로 보고 있다. 그는 "현재 복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국채를 발행하든가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다"며 증세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그는 현재의 '저부담 저복지' 수준을 '중부담 중복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평소 소신으로 밝혀왔다.

복지확대를 전제로 한 증세를 강조하는 유 원내대표는 여당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증세론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에 대한 시각이다.

유 원내대표는 '세금이라는 것이 부가세도 있고, 소득세도 있고, 법인세도 있는데 법인세만 성역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가 "법인세 인상은 제일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히는 것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어떻게 될까. 김 대표 주장에 무게중심=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간 증세와 복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다양한 주장이 제기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게는 김 대표의 주장에 더 쏠려 있다. 증세보다는 무상복지 재조정을 통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려움이 많은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증세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기업들의 경제살리기 활동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법인세 인상 문제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먼저 과유불급한 복지는 조정하고 그후에 국가재정을 감안해 복지체계 모델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라며 김 대표와 입장을 같이했다. 당내 무상복지·무상보육 TF 위원장을 지낸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반대로 '여당 내 야당'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본적으로 세금을 올리기가 어렵지만 줬던 복지를 빼앗는 것은 더 어렵다"면서 "복지축소라고 말하면 그것은 완전히 핵폭탄"이라며 무상복지 축소 주장에 반대했다.

일부 당내 소장파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법인세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 내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를 놓고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충돌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향후 추진 과정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할 경우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범국민조세특별위원회 설치에 대해 이날 찬성의 뜻을 밝히면서도 당내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는 등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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