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금융권 사고로 금융당국이 이달 말부터 금융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올린다.
정보 유출은 단 1건만 있어도 징계를 받게 되며 구속성 예금(꺽기)과 금융투자 및 보험 불완전판매에 대한 징계 수위도 대폭 높아진다.
회사채 불완전판매 파문을 불러일으킨 동양 사태와 1억여건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등 사회를 뒤흔들었던 금융 사고 재발을 위해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이달 말에는 금융 사고를 일으킨 시중은행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200여명에 대한 무더기 제재를 통해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기강을 확실히 세울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대해 검사 결과를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 권한을 통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금융당국 간에 밥그릇 싸움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이달 말에 이런 내용의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 세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한 제재 양정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동양 사태에 따른 회사채 불완전판매, 카드사의 1억건의 고객 정보 유출, 은행 횡령, KB금융 내분 사태 등 금융 관련 문제가 잇따라 터지자 금융당국이 제재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우선, 금융사 직원을 제재하는 방법이 다양해진다. 다수의 금융업에서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공통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이 제재 종류를 지정해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사 직원이 2회 이상 주의 조치를 받고도 3년 이내 다시 주의 조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사 직원이 개인신용정보를 원래 목적 외로 이용한 경우 1건 이상만 돼도 주의 조치를 받게 된다. 5건 이상은 주의적 경고(견책), 50건 이상은 문책경고(감봉), 500건 이상은 업무 정지(정직) 이상이다. 개인신용 정보를 유출했을 경우는 제재가 더욱 심해진다. 1건 이상이면 주의적 경고(견책), 5건 이상은 문책경고(감보), 50건 이상은 업무정지(정직) 이상이다.
정보보호 소홀 정도가 심하거나 고의·중과실이 심하면 해당 금융사는 업무 정지, 임직원은 직무정지(정지) 이상의 징계에 처한다.
특히 신용정보 등의 부당 이용 또는 유출 등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신용 정보 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경우는 제재를 가중할 수 있는 규정까지 뒀다. 제2의 대규모 카드 정보 유출 사태가 재연되면 금융사 문을 닫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꺽기’ 규제는 기존 적립식과 거치식으로 나눠 제재하던 것이 수취 비율 등으로 바뀐다. ‘꺽기’ 수취가 50건 이상이고 위반 점포 비율이 10% 이상이면 기관 경고 이상, 30건 이상이면 기관 주의를 받는다. 보험·공제·펀드·원금 비보장 금전 신탁의 경우 ‘꺽기’ 수취 비율이 월 3% 이상이면 감봉 이상, 1% 이상~3% 미만은 견책, 1% 미만은 주의 조치를 받게 된다.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가 50억원 또는 250건 이상일 경우 기관 주의를 받도록 했다. 기존 최저 양형 기준은 100억원 또는 500건 이상이었다.
보험 부당 영업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자격이 없는 보험설계사에 모집 위탁을 하거나 수수료를 지급하다가 걸리면 등록 취소된다. 위법·부당 규모가 모집 조직의 경우 개인은 5억원 이상, 기관은 전체 수수료의 80% 이상일 때 적용된다. 보험사 임직원의 위법·부당 규모가 5억원 이상이면 해임 권고(면직)에 처한다.
타인 명의로 보험 계약하는 모집 행위에 대해 개인은 10억원 이상, 기관은 전체 비율의 80% 이상일 때 등록 취소 처분을 받는다. 실제 명의자의 동의가 없는 보험 계약을 모집했을 때는 개인의 경우 100건 이상 또는 10억원 이상이면 등록 취소된다. 20건 이상 또는 5천만원 이상만 돼도 업무 정지 60일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유병언 일가 자금줄로 금감원 검사를 받는 신용협동조합에 대한 제재도 구체화한다.
신협 비조합원에게 대출 한도를 70% 초과한 100억원 이상 빌려주는 직원은 면직당한다. 50억원 이상은 직무정지·정직, 30억원 이상은 문책 경고·감봉, 10억원 이상은 주의적 경고·견책 처분을 받게 된다.
이처럼 금감원이 금융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정작 금융당국 간에는 제재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 얻게 된 큰 칼을 서로 휘두르려는 형국이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대한 ‘신속보고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중대 사안에 대해서도 검사 결과 후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친 뒤 금융위에 보고했는데 이제는 금융위가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중이 내포돼 있다.
개정안은 또 금감원장이 금융위에 건의하는 제재 사항, 즉 중징계 사안에 대한 사전통지와 의견 청취를 금융위가 직접 하도록 했다. 그동안 사전통지와 의견 청취는 금감원의 몫이었다.
개정안은 제재 예정 내용 등에 대한 비밀준수 의무도 명시해 조치 예정 내용 등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도록 했다. 누설 시 징역형에 처한다. 금융권은 사실상 비밀준수 의무 규정이 금감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금감원이 하는 검사 업무의 기본 방향과 검사 대상기관, 검사목적·범위 등이 포함된 검사 계획까지 보고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