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의 남성학] 구천일심의 본 뜻

몇 해전 청소년을 위한 교양도서에 `소녀경`이 포함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선정위원이 무심결에 이 책을 도덕경이나 사서삼경처럼 소녀들을 위한 경전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녀경은 길거리 노점상의 베스트셀러인 성 지침서이다. 성에 대해 호기심은 있으나 서점에서는 차마 부끄러워 살 수 없는 사람들이 길거리 노점상에서 파는 이 책을 무슨 대단한 성의 교과서처럼 여기고 사기 때문이다. 더불어 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체 하는 사람들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소녀경 한 구절을 인용하므로 널리 알려진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전하고 있는 소녀경은 완전한 것이 아니고 많은 내용이 왜곡되어 있으며 당(唐)대에 전하는 `외대비요` 등 여러 의학서에 포함되어 단편만 전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소녀경에 나온 것으로 한의사들까지 잘못 인용하고 있는 `구천일심(아홉번 앝게 한 번은 깊게)`이나 접이불루(교접은 하되 사정은 하지 말아라) 등은 사실 소녀경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서기 10세기경 일본에서 편찬된 `의심방`이라는 의서에 일부 들어있는 내용이다. 또 성기를 아홉 번 짧게 찌르고 한번 깊게 찌르라는 것도 아니다. 입맞춤을 통한 음기와 양기의 교환을 통해 여인의 기를 취하라는 것이다. 물론 `옥방비결`에는 성기의 삽입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도 성기를 너무 깊이 찔렀을 경우 간ㆍ폐병ㆍ요통 등에 걸리기 쉽다고 하고 있다. 얕은 데서는 기를 취하지만 오히려 먼 곳에서는 기가 흩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심(一深)을 결코 성기의 깊이를 뜻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9와 1이라는 수는 홀수로 남성을 상징하며 1은 모든 것의 시작을 9는 완결을 뜻한다. 특히 9에 9가 겹친 수 즉 81은 모든 수중에 가장 완벽한 수를 뜻한다. 그래서 `황제내경`이나 `노자도덕경` 등이 모두 81권이다. 그런 점에서 구천일심은 남녀의 기의 흐름과 만남에서 완성, 그리고 도(道)를 구하는 사랑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만고불변의 진실처럼 알려진 옛 중국의 문헌들도 속내를 알고 보면, 잘못 알려져 있거나 본 뜻이 왜곡된 경우가 많다. 하물며 비과학적인 내용이 많은 민간요법의 허다한 정력증진 방법은 말해 무엇하랴. 퍼스트비뇨기과원장 drkim@drim2u.co.kr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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