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인간극장' 10주년 맞아

'다큐의 새 지평' 평가와 함께 숱한 화제 남겨
출연자 1443명·방영시간 1483시간·테이프 4만1600권 등


자폐장애를 가진 마라토너 배형진, 천재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 '필리핀의 보아'로 유명세를 떨쳤던 산다라 박, 8세의 최연소 나이로 대학에 입학한 과학 영재 송유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대한민국 대표 휴먼다큐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인물들이다. 우리 주변 이웃들의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일상을 담아 호평을 받은 KBS 휴먼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이 다음달 1일 10주년을 맞는다. 2000년 5월1일 16년간 무기수로 복역하다가 6박7일간 휴가를 나온 두 명의 모범수 이야기를 담은 '어느 특별한 휴가'로 첫 전파를 탄 '인간극장'은 올 4월까지 총 520회 2,542부를 방송했다. '인간극장'은 다큐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다양하고 많은 기록들을 남겼다. 출생 직후 아기들부터 103세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총 1,443명의 출연자, 방영시간 1,483시간, 4만1,600권의 테이프 등이 그간의 세월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특히 방송이 나간 직후 인생이 바뀐 이들도 많았다. 걸그룹 2NE1의 멤버 산다라박은 6년 전인 2004년만해도 필리핀에서만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의 보아'로 이름을 떨쳤던 당시의 모습이 '인간극장'을 통해 공개된 후 그는 국내 연예기획사에서 러브콜을 무수히 받으며 몇 년 간의 연습생 생활 끝에 대한민국에서 화려하게 데뷔, 톱스타로 성장했다. 70∼80년대 액션스타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김희라도 '인간극장'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사업실패에 건강악화로 고생하면서 가족과 연락까지 끊고 여관방을 전전했었다. 그랬던 그가 인간극장을 통해 다시 일어섰고, 방송 이후 인간극장이 그를 다시 찾았을 때 그는 대학 강단에 당당히 선 교수가 돼 있었다. 천재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도 방송 이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미국 양부모에게 입양된 용재 오닐은 2004년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방송에 출연하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입양아의 애틋한 사연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방송을 계기로 당시만 해도 높지 않았던 비올라와 비올리스트에 대한 국내의 인식을 높이고 천재 비올리스트의 재능을 널리 알리며 인기 아티스트로 명성을 얻었다. '인간극장'은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도 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하기 위해 소금밭으로 들어온 시골 총각 강주일씨는 방송을 통해 깊은 효심과 성실함을 보여 많은 여성들로부터 구애를 받아 화제가 됐다. 또 집나간 엄마를 대신해 네 아이의 엄마로 살았던 37세 홀아비 박기수씨는 그 기구한 사연이 방송으로 나간 후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들을 돌봐주러 집으로 온 24세의 꽃다운 처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했다. '인간극장'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면을 다뤄왔다는 점에서 충무로의 소재를 제공하기도 했다. 멀미로 차를 못 타는 남원의 추야모 할머니가 아들네 집에 참석하기 위해 100리 길을 걷는 모습을 담은 방송분은 배우 고두심을 주인공으로 한 '엄마'라는 영화로 탄생했다. 2003년 2월 방송된 '맨발의 기봉씨'는 정신지체라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노모에게 효도를 다하기 위해 맨발로 달리는 엄기봉씨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10년 동안 방영된 520편의 '인간극장' 중 가장 높은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던 방송은 2005년 1월3일부터 7일까지 방송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편이다. 산골로 들어간 명문대 출신 부부의 귀농 생활을 그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5부작 모두 19%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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