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소재사업은 정보기술(IT)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신성장 동력입니다.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차세대 소재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이서현(사진) 제일모직 부사장이 올해 들어 임원들에게 첨단 전자소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말이다. 제일모직은 패션ㆍ케미컬을 뛰어넘어 독일의 머크 같은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이 부사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제일모직을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이 부사장의 프로젝트가 하나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매출 부문에서 전자재료 사업비중이 늘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6조10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자재료가 26%인 1조5,689억원을 차지한 것. 올 2ㆍ4분기 매출(1조6,281억원) 가운데 26%가 전자재료에서 나왔다. 특히 2ㆍ4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73%가 전자재료에서 나와 어느새 전자재료 부문이 제일모직의 최대 수익원이 된 것이다.
제일모직의 전자소재 산업 육성 드라이브는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를 단행하며 독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기업인 '노바엘이디'사를 인수했다. 노바엘이디는 OLED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 가운데 하나로 이를 통해 OLED 소재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앞서 제일모직은 2011년 3월 구미에 OLED 소재 양산공장을 준공했고 올 4월에는 갤럭시S4에 들어가는 전자수송층(ETL) 소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독일 노바엘이디 인수로 제일모직의 OLED 소재 산업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OLED 소재 산업 육성에 필요한 특허 경쟁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제일모직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특허 보호 및 강화를 위해 미국 워싱턴에 설립한 특허인수 전문기업 '인텔렉추얼 키스톤 테크놀로지(IKT)'의 지분 24%를 매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첨단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하면서 특허 인수 및 보호의 필요성이 커져 지분을 매입했다"며 "IKT 지문매입에 이 부사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센터를 중심으로 OLED 등 차세대 첨단 전자소재 개발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00여명 이상의 연구개발원이 OLED 뿐 아니라 태양전지, 2차전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소재 등에서 신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소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OLED,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2차전지 소재 등 차세대 전자소재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며 "제일모직이 소재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