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HSBC, 외환은행 인수협상 결렬 가능성"

국내銀-외국계 투자자 또 샅바싸움
국민은행·하나금융·농협 발빠른 행보
DBS 재추진 결의·제네바 펀드도 가세



론스타와 HSBC 간의 외환은행 인수협상 결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은행과 외국계 투자자들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국민은행ㆍ하나금융ㆍ농협 등 국내 금융회사들은 인수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싱가포르 DBS와 두바이계로 알려진 제네바인터내셔널펀드까지 인수 경쟁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국내 은행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HSBC와의 협상설(說)을 흘려 인수자들의 몸이 달게 했다”며 “외환은행을 비싼 가격에 빨리 팔겠다는 론스타의 전략이 맞아떨어지는 듯 보이지만 조기매각은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론스타와 HSBC 간 협상 결렬될 듯=론스타와 HSBC는 예정된 배타적 협상기간을 넘기고 2주 간의 유예기간을 맞았다. 그러나 협상 타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가격 차이도 크며 HSBC가 리스크를 떠안고 인수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HSBC가 55억달러(5조2,000억원)를 제시한 반면 론스타는 66억달러(6조2,0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이례적으로 HSBC와의 협상을 공개한 것은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높이고 시한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은행에 더 비싼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대하는 HSBC와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HSBC는 조건부 계약이라도 맺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지만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법원 판결 이후 외환은행 매각건을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또 금감원은 3일부터 2주일 동안 HSBC 국내 지점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인다. HSBC는 기관 경고 이상이 적발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잃게 된다. ◇국내 은행, 외국계 투자가들과 힘겨루기=론스타와 HSBC의 매각협상 소식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국내 은행들과 외국계 투자가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국내 은행들은 HSBC의 출현으로 ‘외환은행 인수가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부담감이 완화됐다며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에는 농협이 부쩍 서두르는 모습이다. 정용근 농협 신용부문 대표는 2주 전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농협은 일상적인 만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보고하는 통상적인 만남이었다”라며 “기회가 주어지면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금감원을 앞질러 (청와대 등을 통해) 인수전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은 ‘농협은 큰 변수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농협은 신정분리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협상을 추진했었다”며 “법적인 제약과 함께 국민연금 등 투자가들이 외면하고 있어 농협의 외환은행 인수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국내 은행뿐 아니라 외국계 투자가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했던 DBS도 최근 이사회를 열어 외환은행 인수를 재추진하기로 결의했고 두바이계 자금인 제네바인터내셔널펀드도 외화은행 인수를 위한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매각 장기화 가능성 높아=론스타가 실제로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론스타가 요구하는 가격이 너무 높고 금융감독 당국이 법원 판결 이후에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한 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국민은행에 매각했던 가격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다”며 “어떤 투자가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금융감독 당국의 확고한 의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감독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법원의 판결 이전에 최대주주 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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