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MH] 농구장 맞대결.. 기아-현대 계열사끼리 승부

「현대의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농구장에서 맞붙는다(?)」10일부터 시작되는 98∼99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현대다이냇과 기아엔터프라이즈 농구단이 7전4선승제로 승부를 가린다. 현대계열사끼리 우승을 다투는 셈. 한가족끼리의 승부니까 싱거운 대결로 끝날 것이라고 보기 쉽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판이하다. 오랜 라이벌관계인 두 농구단이 공교롭게 이제 한 그룹에 소속되긴 했지만 기아는 MK(정몽구회장의 영문 이니셜)가 이끄는 기아자동차소속인 반면 현대다이냇은 MH(정몽헌회장)를 구단주로 하는 현대전자소속이기 때문. 지난 4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음악회」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기아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는 정몽구회장은 기아선수단에게 반드시 현대를 누르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농구단 우승을 기아정상화의 상징으로 삼기 위해 대대적인 응원을 계획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3-4로 역전패를 당했던 원년 우승팀 기아는 『지난해 모기업의 부도로 선수단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정상을 눈앞에 두고 주저앉았다』며 『올해는 선수단의 사기가 어느때보다 올라가 있어 반드시 우승할수 있다』며 설욕을 다지고 있다. 정규시리즈 우승팀인 현대는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나래를 3-0으로 일축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는 특히 집안에서는 MK가 형님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며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귀빈석에 나란히 앉을 양팀의 고위관계자들은 모두 현대식구들이면서도 다른 팀을 응원해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할 것으로 보여 더욱 흥미롭다. 특히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이 과연 어느 팀을 응원할지도 관심꺼리. /연성주 기자 SJY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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