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알면 용치] 치아건강과 음식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충치환자라도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없다는 말보다는 같은 환자 자체가 없다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입 속을 들여다보면 환자가 어떻게 인생을 살았는지 그의 생활사도 짐작할 수 있다. 충치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몇 개를 갖고 환자의 생활을 안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치과 의사가 짐작하는 것은 대체로 맞다.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치아건강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나이 70이 되었더라도 충치 없이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성한 치아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식사를 한 후에는 이를 열심히 닦고, 충치와 잇몸치료에 열심이면 치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어느 일정한 나이가 지날 경우 치아건강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그런 과정에서 무시를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인간의 치아는 사랑니를 제외하고는 아래와 위 14개씩 모두 28개가 있다. 28개의 치아 중에서 음식물을 자르기 위한 앞니와 송곳니가 12개가 있고, 음식물을 갈기 위한 치아는 16개가 있다. 인간의 치아구조를 볼 때 전문가들은 인간은 선천적으로 육식보다는 초식위주의 식사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고기를 먹기 위해 자르고 째는 치아보다는 갈아 으깨는 치아가 많다는 것은 곡물과 채식위주의 식습관이 적당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장(腸)의 길이도 육식동물이 짧은 반면, 초식동물은 길다. 그런 점에서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인간의 장은 육식과 초식의 적절한 배합을 의미한다. 육류를 가능한 적게 먹고 식물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것은 심장병이나 고혈압 예방차원 뿐만 아니라 치아구조에서도 나타나 있는 것이다. /박재석 USC치대박사ㆍ뉴욕치대 임상교수ㆍ서울 청담동 미프로치과원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