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력자선호 추세로 4년제 대학까지 확산"힘들이지 않고 취업이 확정돼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찹니다."
내년 초 조선이공대학을 졸업하는 이모(26)씨의 말이다. 이씨가 다른 졸업예정자와는 달리 편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는 것은 지난 2년 동안 학교에서 실시한 주문식 교육을 이수했기 때문이다.
주문식 교육이란 대학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능력을 교과 커리큘럼에 편성해 기업과 함께 교육시키는 제도로 기업은 신입사원을 선발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고 대학은 졸업생의 취업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 기업들 경력자 원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 교육의 수준이 100점 만점에 26점에 불과할 만큼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습 및 현장교육과 창의력 배양교육 부문에서 응답자의 87%와 75%가 대학에서 교육을 잘못 시키고 있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뽑은 후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또 채용정보업체 잡링크(www.joblink.co.kr)가 대학생 2,512명을 대상으로 '이번 겨울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75%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이유로는 '취업과 관련된 경력을 쌓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다.
또 '아르바이트 경력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72%가 '그렇다'고 답했고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근로조건이나 임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르바이트를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54%가 '그렇다'고 답했다.
김현희 잡링크 실장은 "기업들의 경력자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신입 구직자들도 아르바이트나 인턴 활동을 통해 실무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문식 교육 도입한 대학 늘어
주문식 교육은 수년 전부터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돼 현재 4년제 대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지난 99년 60개 전문대학에서 실시하던 주문제 교육이 올해에는 80개로 늘어났고 지원금도 10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주문식 교육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철수 광주 동강대학 교수는 "주문식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매년 기업의 인적수요가 일정하게 보장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과신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주문식 교육을 주로 원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인력에 대한 수요도 한학과당 매년 1~2명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이들만을 위한 교과과정 개발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 교수는 "기업들이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에 대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며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수기자
최수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