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발행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채권 발행금리가 최근 급속히 낮아지자 은행권이 자금조달 창구로 채권발행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은행채는 물량부족으로 고전하는 채권시장에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
21일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이 상환한 채권보다 많아지면서 87조원까지 줄었던 발행잔고가 지난 9월말 101조8,030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었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시중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은행채 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년짜리 은행채 금리는 4.69%로 평균 수신금리 3.89%보다 0.8%포인트(80bp) 더 높았다. 그러나 은행금리는 지난해 12월 4.83%에서 계속 하락해 지난 8월4일 3.63%까지 1.2%포인트 낮아진 반면, 수신금리는 4.11%에서 3.65%로 0.46%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쳐 두 금리가 역전됐다.
한 시중은행 채권발행팀장은 “예금은 예금보험료와 지불준비금 등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채권발행보다 조달비용이 많이 비싸다”며 “투신으로 빠져나가는 예금을 막기위해선 수신금리를 추가로 더 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행규모가 한도의 절반을 넘어서 큰 폭의 증가는 힘들 전망이다. 은행은 자기자본의 3배까지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고, 현재 한도의 60%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보고있다.
다른 은행 담당자는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수신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마냥 채권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은행은 발행규모가 한도의 70%에 육박하면서 특판 등을 통한 수신고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김신근 한국채권평가 채권팀장은 “은행채 발행규모가 100조원을 넘고, 은행채 금리와 수신금리가 역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수신금리를 낮출 경우 급격한 예금이탈이 우려돼 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정점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발행물량 감소로 위축돼 있던 채권시장에 은행채가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상환이나 차환 발행을 걱정하지는 않지만, 발행규모가 더 커질 경우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