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우주항공이 보잉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통합 항공법인 출범이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관련업체들이 법인 통합을 위한 사업평가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삼성항공, 대우중공업과 함께 3사 통합법인에 흡수될 예정이던 현대우주항공의 주날개 제작사업이 이번 소송건으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 노출됐다.
통합 법인 사무국측은 현대우주항공의 보잉사 주날개 공급권을 근거로 미래수익가치를 평가했으나 이번 소송을 통해 이 사업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사업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체들의 의견이다.
현대우주항공은 본격적인 항공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96년 맥도널 더글러스사와 100인승 B717-200기의 주날개 납품 계약을 체결, 충남 서산에 6,000억원을 투입해 조립공장을 완공하고 지난해부터 주날개를 생산, 납품해왔다.
하지만 보잉사가 97년 맥도널 더글러스사를 흡수 합병하면서 현대우주항공의 주날개 사업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보잉사가 잦은 설계 변경을 요구하다 급기야는 현대와의 주공급자 계약을 어기면서 캐나다 자회사인 보잉 토론토사에 주날개 납품을 발주하는 등 납품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현대측은 보잉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7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보잉사가 현대와의 납품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97년 합병한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B717-200기 사업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형기 위주의 사업을 해온 보잉사가 100인승 중소형기 사업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해 이 사업에서 발을 빼려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대우주항공의 통합 항공법인 합류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우주항공은 『보잉과 부품 공급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여서 주날개 생산과 공급은 이번 소송건과 별개로 지속되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주날개 조립 사업이 보잉사 한 곳만을 바라보고 투자된 것이 아니어서 수익가치 등에 대한 평가를 다시해야 한다는 일부의 의견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훈 기자 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