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회원국 등 선진국들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거의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 급등과 함께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석유 및 가스 일변도로 짜여진 에너지 공급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프랑스를 제외하곤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아예 그만둔 상태다. 미국은 지난 96년 이후 단 1기의 원자력 발전소도 짓지 않았고, 영국은 오는 2023년까지 단 한 개만 남겨 놓고 모든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독일도 오는 2021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중단할 예정이나 야당은 그 후에도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가가 계속 상승하는데다 태양력ㆍ풍력 등 대체에너지기술 수준도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대안은 원자력 발전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의 경우 전력 생산 수단으로 가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에너지 안보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스가격은 유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최근처럼 유가가 상승하면 가스발전을 통한 전력생산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로욜라 드 팔라시오 에너지 담당 위원은 최근 “원자력 발전이 비교적 싼 값에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에너지 소비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을 중단할 경우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시 미국대통령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오는 2010년까지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가스나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전력난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일 맥슬러로우 미국 에너지부장관은 “특정 유형의 에너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미국의 에너지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지난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201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하기로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성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괴텐부르그 대학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46%가 원자력 발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폐기결정을 지지한 것은 34%에 그쳤고, 15%는 추가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