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기택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

질소 오염물질 해양생태계 파괴 첫 규명
바닷물 순환 흐름 따른 질산염 농도변화 분석
각국 환경정책 근거 제공… 대서양·지중해로 연구 확대

이기택(앞줄 왼쪽 세번째)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연구실에서 제자들과 모여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포항공대

대기 중의 질소 오염물질의 북태평양 유입과 이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 모식도. /포항공대

우리가 사는 지구의 바닷물에는 질산염과 인산염이 대체로 15대1의 비율로 있다. 질산염과 인산염은 해양 생태계의 가장 밑단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주요 먹이이기도 하다.

만약 이 비율이 흔들릴 경우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격히 번식하거나 덩치가 커지는 쪽으로 진화해 포식자인 동물성 플랑크톤과 어류의 개체 수와 모습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질산염은 산업화 과정에서 공장·자동차·비료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 오염물질에서 비롯되는 만큼 해양 생태계를 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에서 만난 이기택(50) 포항공과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대기 중 질소 오염물질이 해양의 화학적 조성을 변화시키고 해양 생태계를 흔들 수 있음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한 과학자다.

이 교수는 이 공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5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사이언스지 논문을 통해 한반도 주변 해역과 동중국해에서 발생한 질소 오염물질 유입이 해양 질산염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역시 사이언스지 논문을 통해 질소 오염물질이 동북아시아 연안 바다뿐 아니라 북태평양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렸다. 특히 일본의 최근 30년간 해양 자료와 한국 국립수산과학원이 보유한 20여년간의 자료만으로 분석한 2011년 논문과 달리 지난해에는 바닷물의 순환 흐름 정보와 질산염 농도 변화 정보를 결합한 새로운 분석기법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바닷물이 표층에서 퇴적층까지 순환하는 시간 동안 질산염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함께 분석하면서 수십 년간의 자료 축적을 할 필요 없이 단 한 번만의 측정만으로 연구가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연구는 각국의 환경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먼 옛날 바닷속 질산염과 인산염의 비율은 13~14대1 수준이었겠지만 이제는 15대1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일본은 최근 화석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질소 배출이 감소됐고 한국도 정체 상태이지만 중국은 일본과 한국을 합친 것의 10배를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중일이 본격 산업화에 돌입하는 1970년대부터 인근 바다에 질산염 농도가 급격히 짙어졌는데 이것이 이제 태평양까지 퍼지고 있다"며 "바닷물 순환 흐름 정보와 질산염 농도 변화 정보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 연구이지만 이를 융합한 시도는 내가 처음"이라고 자부했다.

이 교수의 눈은 이제 동북아시아 인근 바다와 태평양을 넘어 대서양과 지중해까지 향해 있다. 유럽은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지역인 만큼 산업화에 따른 바다 오염과 회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적소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럽은 동북아시아와 달리 1980년대부터 질소 배출을 줄인 만큼 해양 환경 복원을 들여다보는 일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대서양, 특히 지중해 인근은 최근 질소 배출이 크게 줄어든 만큼 바닷속 질산염 감소만 확인되면 전 세계 질소 활용 감소 필요성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도 새로운 분석기법을 개발했기 때문에 바다 퇴적물과 생물 사체만으로도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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