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최종 부결땐 국제과학벨트 어떻게

정부 조성 계획안 원점서 재검토
입지 재선정에만 1~2년 걸릴듯
교과부 '특별법' 임시국회 통과후 시설·부지 규모 등 기본 계획 수립
지자체간 경쟁 과열로 표류 우려속 "과학발전 위해 서둘러야" 목소리도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되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에 조성하려던 정부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이 최종 부결되면 국제벨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6월 임시국회에서 과학벨트 특별법을 통과시킨 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입지를 다시 선정할 계획이다. 입지를 다시 정하는 데만도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열 교과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장은 "특별법이 통과되면 입지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과열될 경우 국제벨트가 또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지 선정 '뜨거운 감자'=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과학벨트 구상은 당초 세종시 일대 330만㎡(100만평) 규모의 부지에 오는 2015년까지 3조5,487억원을 들여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연구소ㆍ첨단융복합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된 세종국제과학원(가칭)을 설립해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및 미래 융합기술의 허브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최종 부결될 경우 이 같은 구상은 크게 어긋나게 된다. 입지 선정을 다시 하게 되면 이 정도 규모의 시설이 들어갈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세종시 정도의 부지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에 비해 규모를 줄여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정도만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학벨트의 입지는 교과부 장관이 주관하는 기본계획 수립 때 선정하게 된다. 방법은 지정과 공모 2가지가 있다. 지정 방식은 시간이 덜 걸리지만 잡음의 소지가 많은 반면 공모 방식은 투명하고 공정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정은 1년, 공모는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가 세종시를 과학벨트 입지로 결정하기 전까지 인천ㆍ대구ㆍ포항 등도 직간접적으로 유치 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이 높았던 만큼 공모 형태가 될 경우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지정과 공모 방식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결정할 것"이라면서 "연구ㆍ산업기반 조성 정도 및 가능성, 지리적 접근성, 부지 확보 용이성, 정주 환경 등이 주요 고려대상"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발전 위해 착공 서둘러야=교과부는 과학벨트 특별법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을 기대하지만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세종시 수정안의 최종 결론이 나기 전에는 과학벨트 특별법을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세종시 수정안이 본회의 상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할 경우 상임위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곧바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해 내년 초까지 내놓을 방침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교과부는 또 법안 통과와 동시에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과학벨트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1년6개월가량 늦어진 만큼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는 사실상 과학벨트 착공의 의미를 갖는다. 교과부는 내년도 과학벨트 예산으로 935억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300억~350억원은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 예산이고 나머지는 기초과학 연구단 지원 비용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이 만들어지기 전이라도 5개 안팎의 '사이트 랩(site labㆍ연구 분원)'을 시범 운영해 과학벨트 사업이 빨리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 단장은 "과학벨트는 세종시 수정안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는 국책사업"이라면서 "정치 논리가 아니라 순수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판단과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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