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7은 고심의 일착이다. 상식적으로 둔다면 참고도1의 흑1에 막아야 한다. 그것이면 백은 2를 선수로 두고 4로 지키게 되는데 평범해보이는 백2의 수순이 좌변 일대에 남아있는 뒷맛(흑으로서는 노림이 되고 백으로서는 꺼림칙함이 되는)을 모두 없애는 구실을 한다는 점이 포인트가 된다. 그것이 싫어서 다카오 신지는 짐짓 그 방면을 외면하고 실전보의 흑27로 딴전을 부린 것이다. 흑45는 노림을 품고 있다. 백더러 참고도2의 백1, 3으로 끊어 달라는 은근한 유인이다. 그것이면 흑4 이하 12로 역습하여 백 6점을 잡을 요량이다. 그것을 간파하고 장쉬는 백46, 48로 지켜버렸다. 이후의 수순은 승부와는 무관하다. 실전은 2백16수까지 진행되었으나 여기서는 1백80수에서 끊는다. “중반 이후 장쉬명인이 보여준 기예는 완벽 그 자체였다. 날카로운 수읽기와 타이밍을 포착하는 기민함은 박력만점이었다. 남은 두 판이 아주 재미있게 되었다.”(나카노9단) “장쉬명인의 진면목이 제대로 보인 한판이었다. 막판에 몰린 명인이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이다니. 제6국이 기다려진다. 그 바둑마저 다카오가 놓친다면 기세상 마지막 판은 장쉬가 유망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하네9단) 입회인이었던 고바야시 사토루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180수 이하줄임 백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