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 Joy] “名品이 팔린다…경기가 살아나나?”

年시장규모 3조… 30%는 여행객이 반입
3,000만원 짜리 핸드백 웨이팅 고객 300명
경기 좋을땐 호스티스들 구매 크게 늘기도


명품 전문매장 명동 애비뉴엘의 가구점 ‘조세핀’ . 호사스럽고 기품 넘치는 상품들이 전시돼있다.

[Living & Joy] “名品이 팔린다…경기가 살아나나?” 年시장규모 3조… 30%는 여행객이 반입3,000만원 짜리 핸드백 웨이팅 고객 300명경기 좋을땐 호스티스들 구매 크게 늘기도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롯데 본점의 명품 가구점 ‘조세핀’ . 호사스럽고 기품 넘치는 상품들이 전시돼있다. 국내 백화점중 명품 매출이 많은 점포는 갤러리아 명품관, 현대 압구정점, 롯데본점 등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로 집계한 업계 순위는 4위지만 명품 매출 만큼은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단일 점포로 국내 최대 매장인 롯데 본점은 명품 구색이 약한 편이었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수모를 끝내기 위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이사의 지휘로 명품 전문 쇼핑몰 '애비뉴엘'을 지난 봄 오픈했다. 신세계도 반포 고속터미널의 강남점에 교두보를 확보한 후 명동 본점에서도 애비뉴엘을 대적할 매장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롯데와 신세계의 이 같은 경쟁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유는 명동이 아무리 요지라고 해도 구매력이 약한 강북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불과 500㎙도 안되는 거리에서 두 백화점이 명품 전쟁을 벌일 경우 감수해야 할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노출 꺼려 현금 결제 명품은 비싼 몸값 만큼이나 뒷 얘기도 무성하다. 이제까지 한 명의 고객이 한 차례의 쇼핑으로 명품을 구매한 최고 액수는 6억5,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 대부분 현찰로 결제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이 기록이 최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소위 '작품'이라고 불리는 고급 보석류는 팔릴 경우에 한해 관세를 무는 '관세유보상품'으로 들어와 전시를 하기도 하는데, 이중 국내에 선보였던 최고가의 작품은 150억원을 호가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국내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수십억원대의 작품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국내 부자들의 손이 작거나 물건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관세유보 상품을 구입할 경우 관세청에 구매자의 신분이 낱낱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관계자는 명품 보석류의 경기에 대해 "작품은 고사하고 보석류를 구입하는 고객들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며"사회가 투명해지면서 명품 보석류를 뇌물 등으로 사용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있어 이제는 잡화와 의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高價) 보석류의 경우 자신이 사용하려는 고객이든, 뇌물용으로 구매하는 고객이든, 물건을 한 번 보고 선뜻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석류의 구매는 제품이 출시되기 전 카탈로그를 보고 물건을 점찍는 단계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쇼핑은 짧으면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데 업계에서는 이렇게 점찍어둔 채로 대금 지불이 완료되지 않은 물건을 '홀딩' (Holding)상품이라고 부른다. 홀딩 상품은 물건을 선택하는 사람과 가져가는 사람이 다르다. 선택은 고객들이 해도 신분노출을 꺼려 물건을 가져갈때는 운전기사나 비서들에게 현금을 들려보내 물건 값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홀딩 상품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몰린다. 그 이유는 정권교체기를 틈타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한 뇌물 수요의 증가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실제로 지난 2002년말 실시된 16대 대선을 앞두고 홀딩 상품 숫자가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 홀딩 고객들은 "기호 1번이 당선되면 무조건 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 들은 대부분 구매를 포기, 명품 점포 곳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고, 이후 얼마간 이들 단골 손님들은 발길을 끊었다. 부자 고객들과 함께 명품을 소비하는 또 다른 구매층은 고급 룸살롱 호스티스들이다. 업계에서는 경기가 좋아 강남 유흥가가 한창 흥청거릴 때 이들 호스티스들이 명품 매출의 50% 정도를 올려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남 테헤란로가 벤처 경기로 흥청거리던 시절 백화점 명품 코너의 일부 '숍마'(숍매니저의 줄임말)들은 친인척 명의의 신용카드를 여러 장 만들어 단골 호스티스의 명품 구입대금을 대신 결제해주고 나중에 돈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 들 호스티스들은 공식적인 직업이 없어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매매 금지와 접대비 실명제가 실시되면서 이들의 구매는 급감했다. 이들의 공백은 40대에만 한정되던 마니아 층의 저변이 20ㆍ30대로 확산되면서 어렵지 않게 메워졌다. 명품 매출은 갤러리아가 1위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자들을 압박해 돈이 안 돌아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은 적은 없다"며"다만 부유층이 돈을 써도 해외에서 쓰거나, 국내에서 써도 수입 명품 등을 구입하면 그 돈이 서민 경제로 까지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매장 직원들은 대체로 남성 고객들 보다 여성고객을 선호한다. 여성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을 경우 앞 뒤 안가리고 일단 사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 고객들은 다른 백화점에 가서 가격비교를 하거나 "다음에 해외출장 갈 때 구입하겠다"는 둥 여성 고객 보다 알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명동에서 롯데와 신세계의 치열한 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지만 주전선은 뭐니뭐니 해도 강남 상권이다 . 한강 변을 따라 이어지는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반포 신세계 강남점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명품 벨트'다. 이들 3개 점포는 현대백화점을 축으로 반경 2㎞안에 포진하고 있다. 대개 명품 브랜드들이 상권 중복을 피하기 위해 지근 거리내 매장개설을 허용치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권의 밀집은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경우다. 이는 다시 말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도 서울 강남상권의 구매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백화점이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강력한 집객(集客)효과와 높은 단가로 단번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여배우 제인 벌킨의 이름에서 따온 에르메스 '벌킨(Berkin)42인치' 핸드백과 그레이스 켈리가 임신한 배를 가려 유명해진 '켈리'백은 한 개에 2,000만~3,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강남상권에서만 구입 대기(Waiting)고객이 3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품을 공급하는 브랜드 본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 유수의 백화점 매출을 유럽에 앉아서 쥐락펴락 할 수 있다. 한국의 특정 백화점에 물건을 10개만 더 공급해도 매출 3억원 늘리는 것은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매력 때문에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고,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명품 브랜드 CEO들의 방한(訪韓)은 해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백화점을 통한 간접 판매에서 벗어나 국내에 로드숍을 직영하는 방식의 직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의 시장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로선 국내 직영 로드숍의 성공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 일본의 미스코시 백화점을 벤치마킹 하면서 다른 백화점들도 그 같은 판매 방식을 모방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명품이라고 하면 백화점을 먼저 떠올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 브랜드들 스스로도 청담동에 포진하고 있는 로드숍들은 아직 구매동향을 파악하는 안테나숍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굴지의 브랜드 에르메스가 내년 3월 복합매장을 오픈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에르메스 로드숍이 내년중 오픈, 성공을 거둘 경우 다른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명품시장의 판도는 다시 한번 지각변동을 겪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11/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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