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바닥 다지는 중… 주식 비중 확대"

코스피지수 PBR 1배… 1,900선서 반등 예상
펀드 주식편입 비중도 90% 안팎으로 최저치
음식료 등 비중 줄이고 IT·자동차주 매수 계획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증시의 바닥을 확인하고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펀드의 주식편입비중을 다시 늘리기로 했다. 코스피 지수가 청산가치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1,900선에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설정된 펀드(해외펀드 포함, 공ㆍ사모 합계)의 자산총액은 346조1,198억원으로 이중 채권투자금액은 107조3,117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주식투자금액은 104조485억원으로 30.06%를 차지해 채권보다 0.94%포인트 낮았다. 월별 기준으로 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이 채권보다 낮은 것은 지난 2007년 5월 이후 5년 10개월만에 처음이다. 공모펀드로만 한정하면 주식 편입 비중은 41.92%를 차지해 지난 2009년 4월말(40.89%)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내 주식에만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액티브펀드 순자산 총액이 300억원 이상인 국내 운용사 40개의 평균 주식 편입 비중은 지난해 말 93.64%에서 4월 16일 현재 92.88%로 줄었다.

이처럼 주식 비중이 감소한 것은 올들어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운용사들이 일부 보유 주식을 매도한 데다 펀드에 편입된 주식 자산가치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개별 운용사로 보면 KB자산운용의 주식편입 비중은 지난해 말 94.60%에서 4월 현재 88.97%까지 떨어졌다. 대표펀드인 밸류포커스와 중소형주포커스로 올 들어 신규 가입 금액이 대량 유입됐지만 최근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된 종목이 드물어 유동성 자산에 주로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주식 편입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게 KB운용측의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주식 편입 비중을 지난해 말 93.03%에서 90.24%로 줄였다.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국내 증시는 조정 양상 속에서 종목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업종간 차별화 대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펀드의 주식 편입비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운용사들은 앞으로 주식 편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코스피 지수가 상장사의 펀더멘털 대비 지나치게 급락해 저평가 국면에 진입한 만큼 1,900선을 지지대로 삼아 반등을 모색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코스피 지수는 상장사들의 체력에 비해 많이 빠진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과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바닥을 다진 뒤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6개월 코스피 밴드를 1,900~2,300포인트로 제시했다. 송 본부장은 이어 “최근 음식료주를 비롯한 필수 소비재 종목이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필수 소비재 업종 비중을 줄이는 대신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정보ㆍ기술(IT)이나 자동차 업종을 다시 담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가치투자의 선봉장인 한국밸류자산운용도 지속적으로 주식을 바구니에 담는다는 계획이다. 한국밸류운용은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주식편입비중을 지난해 말 90.20%에서 현재 94.47%까지 늘렸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밸류운용은 가치펀드 전문 운용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코스피밴드에 구애받지 않지만 현재 코스피 지수가 PBR 1배 수준으로 떨어져 저평가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며 “최근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필수소비재 비중은 줄이는 대신 배당수익률이 높고 PBR,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을 더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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