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국립미술관에서 3일부터 ‘그림자의 깊이’(影子的 深度)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용덕 서울대교수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반응에 즐거워한다. 멀리서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는 그의 조각은 처음 보는 관람객을 두 번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양각으로 조각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음각으로 새겨진 사실을 알고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작품을 보기위해 발을 떼는 순간 보고 있던 작품의 표정이 관람객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고는 더욱 신기해 한다. 자전거 핸들을 쥐고있는 인물의 손이 움직이고 핸들이 좌우로 흔들린다. 드러누워 책을 읽는 소녀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린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다른 조각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인간들의 다양한 표정까지 읽을 수 있다. 움직이는 표정에는 일상의 삶에서 느껴진다. 구두닦이 할아버지의 손 씻는 모습을 담은 ‘워싱’(Washing)은 마치 거품을 손에 가득 담고 하루의 찌든 때를 열심히 벗겨 내는 손이 바삐 움직이는 듯 하다. 지난해 중국 미술관(11.14-12.14) 초청 개인전에 이어 마카오로 옮겨 두번째 전시를 하고 있는 그는 거푸집으로 작품을 만드는 ‘네거티브 조각’으로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다. 올 11월에는 상하이 비엔날레와 내년 3월 대만 등에서 초청 전시회가 계속될 예정이다. 아시아권 전시가 끝나면 2007년부터는 유럽 전시 투어가 계획돼있다. 이번 전시는 2004년 중국 문화성 초청 전시에 출품한 이용덕의 작품을 보고 마카오 미술관장과 큐레이터가 중국과 교류하고 있는 표갤러리(대표 표미선)에 요청해 성사됐다. 제주도의 8분의 1크기인 마카오에는 미술관을 포함한 박물관이 15개가 넘는다. 400여년의 포르투갈 지배를 벗어나 교육과 문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마카오 정부의 정책 덕분이다. 웅베이밍 마카오 국립미술관장은 “2년전 중국에서 열린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마카오 시민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어 그를 초청하게 됐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작가들을 초청해 한국과 마카오의 문화적인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