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자들 '힘겨운 삶'

경제적 곤란·차별·높은 자살률…

국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감염자는 질병경과와 사망 위험도 등이 비슷한 당뇨병 환자에 비해 체감하는 통증에는 차이가 없으나 본인이 느끼는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HIV 감염인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인하대 의대 이훈재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삶의 질을 측정하는 대표적 척도인 SF-36을 이용한 결과 HIV 감염자는 평균 47.9점으로 당뇨병 환자의 66.5점을 크게 밑돌았다. HIV 감염자는 통증 정도가 당뇨병 환자와 비슷하지만 `건강 수준에 대한 주관적인식', `정서적 문제와 관련한 활동'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HIV 감염자는 감염으로 인해 경제적 곤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조사자 255명 중 44%가 무직이었으며 54.8%는 HIV 감염 이후 소득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또 월평균 소득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1인 가구 최저생계비 41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65%였고 전체의 46.6%인 기초생활 수급권자 중 83.5%는 HIV 감염 이후 수급대상이 됐다. 응답자의 65%는 "누군가의 고의 또는 부주의로 감염 사실이 누설된 적이 있다"고 말했고 상당수가 의료기관, 주변인, 가족으로부터 항시적인 차별과 편견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책임자 이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비공개 통계자료를 입수, 분석한 결과 HIV감염자 연도별 자살률은 일반 자살률(0.02%)의 최대 10배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지난해 정상면역-면역저하-에이즈 발병 등 HIV 감염 각 단계에 놓인 감염자 255명(남자 24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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