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산재평가 제 발등 찍었다

일부 은행들이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부동산 장부가격을 높여 놓은 결과 점포 매각에 애로를 겪고 있다.15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빛(구 상업·한일), 조흥 등 일부 은행들이 점포 입지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동산가격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데 지난 연초 자산재평가로 장부가격은 오히려 높아져 가격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한빛은행은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자산재평가가 오히려 경영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옛 상업, 한일은행이 지난 연초 실시한 자산재평가에서 얻은 차익은 각각 5,545억원과 5,688억원으로 총 1조1,733억원. 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장부가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부지 매각을 위해 산정한 감정가격이 장부가격보다 훨씬 낮아, 부지를 처분하려면 상당액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빛은 정부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올 연말까지 2,800억원어치의 부동산을 매각해야 되지만, 이같은 이유때문에 점포 매각액이 아직까지 392억원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그나마 점포 부지를 정리하면서도 오히려 100억원이 넘는 매각손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은행이 올들어 매각한 13개 점포중 이익을 안겨준 점포는 5개(총 3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8개 점포는 총 107억원의 매각손을 입혀, 결과적으로 104억원을 손해본 꼴이 됐다. 조흥은행의 경우 지난해 경영정상화계획을 작성하면서 총 13개의 자체 점포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한 개도 처분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 부동산 가격이 장부가격보다 낮아, 부지 매각을 강행하면 매각손이 발생할게 뻔하기 때문. 조흥은행은 지난해 실시한 자산재평가로 세후 5,577억원의 차익을 누렸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것 같긴 하지만, 작년 자산재평가로 부동산 장부가격이 높아져 여전히 감정가격의 20~30%를 웃돈다』며 『지난해 BIS 비율을 맞추려고 자산 가격을 필요이상 부풀려 놓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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