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람회 참패의 의미

'54대 34' 한국의 참패였다. 지난 3일 밤 모나코에서 열린 세계박람회(BIE)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여수는 88개 회원국 가운데 34표를 얻는 데 그쳐 54표를 얻은 중국에 힘없이 무너졌다. 세계로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는 중국의 벽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모나코에서 '상하이의 승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세계무역기구 가입과 함께 2008년 올림픽 유치, 그리고 불과 2년 후인 2010년 세계박람회까지 석권해버리면서 2000년대 '중국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렸다. 특히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의 경우 중국과 우리나라는 당초부터 경쟁상대로 부상, 두 나라가 민관 외교력을 총동원해 로비를 벌였지만 결국 우리가 쓴맛을 봤다는 데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모든 국제행사가 그렇겠지만 특히 세계박람회 개최지의 경우 신기술을 전시한다는 의미에서 겉으로는 세계인의 화합을 강조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각 BIE 회원국들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한 표를 최대한 이용한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승리 뒤에는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고 또 앞으로 중국에 진출할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을 훨씬 '매력적인 시장'평가했다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가 끝난 후 한 주불 중국대사관 관계자도 "결국 세계인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market)에 표를 던진 셈이고 우리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시각은 어떠했는가. 투표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정부는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1~2표 정도 우세하다"며 낙관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자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물론 상하이와 여수의 경우 도시의 인프라 자체에서는 상당히 많은 차이가 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표 차이라는 결과를 감안할 때 정부측이 정보기술과 성장잠재력만을 앞세운 채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성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어디에 멈춰져 있는가. 다시 한번 심각하게 자문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한영일<사회부>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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