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사실상 '박근혜 예산'으로 만들었다. 4월 총선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으로 약속한 무상보육 등 총선 공약은 물론 12월 대선을 대비한 정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 당정협의에서 "4ㆍ11총선 공약 등에서 발표한 새누리당의 역점 추진 정책 방향에 예산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이 요구하는 주요 사업은 ▦0~5세 무상보육(28조3,000억여원) ▦노인 틀니 및 중증의료지원(10조여원ㆍ건강보험재정) ▦사병월급ㆍ수당 2배 인상(2조5,000억여원) ▦치매노인 장기요양보험 확대 등(2조 2,000억여원) ▦저임금 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2조 1,000억여원) ▦저소득 가정 아동 방과 후 수업 지원(1조 3,000억여원) ▦뉴타운 지원 및 저소득층 전세이자 경감(1조여원) ▦창업자 위한 엔젤투자지원(5,000억원) 등 총 102가지(비예산 포함)다. 이날 정부는 이 가운데 41가지가 확정됐다고 보고했으며 앞으로 나머지도 최대한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을 놓고 당정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무상보육만 해도 정부는 이날 당에 반영하겠다고 답했지만 예산을 분담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 당정협의에 참여한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책임지고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고 당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지난해 보육예산확보 이후 추가로 늘어난 약 3,000억~5,000억원의 예산에 대해 새누리당은 정부가 예비비(8,000억원)나 특별교부세(1조2,000억원)를 활용하거나 지자체가 추가경정예산이나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지난해 책정한 올해 예산처럼 수요 예측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내년에도 지자체가 보육예산 투입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일각에서 정부차원의 추경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예산당정에 참석한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당 입장에서 지금보다 경제성장률 더 하락할 경우에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며 가능성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