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택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겁납니다.”
건설업계가 ‘반값 아파트’ 공급, 분양원가 공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의 정책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새해 사업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9월부터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도입하는 등 정부의 잇단 분양가 규제책이 나오자 건설업체들은 제도 시행 전 서둘러 사업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아파트 수요자들이 청약시기를 가능하면 분양가 규제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여 분양실적을 낙관하기 어려운데다 지방자치단체의 ‘깐깐한’ 인ㆍ허가 받기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D사의 한 임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실성이 의심스러운 정책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를 일주일 남기고도 아직까지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회사 경영진 사이에서는 내년 사업을 아예 접고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H사의 한 관계자는 “반값 아파트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하니 사업부에서 크게 당황하고 있다”며 “내년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9월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이 사업승인 신청을 기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그에 맞춰 사업계획을 짜려고 했지만 청약시장 침체가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W사 임원은 “분양시장이 그나마 괜찮은 수도권지역 사업 위주로 분양가 규제 이전에 앞당겨 추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고분양가를 잡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한 만큼 분양신청 때 지자체가 분양가 등을 꼼꼼히 살필 것으로 보여 자칫하다간 인ㆍ허가에 발목이 잡힐까 두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내년 주택 공급물량은 올해보다 10~20% 정도 늘어날 전망이지만 최근 잇따르는 분양가 규제정책으로 인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사업 파트너를 정해 사업시기를 조율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려움이 많다”며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업체들은 주택사업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대신 토목이나 건축ㆍ플랜트 등의 사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주택사업 구조에서도 비교적 사업위험이 적은 재개발ㆍ재건축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더욱 난처한 입장이다. 주택 이외의 수익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주택전문 업체들은 실버주택사업이나 레저사업 등 틈새시장을 공략, 사업아이템을 다각화하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