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앗아간 소녀의 꿈' 전시회로 살아나다

참사 희생자 고 박예슬 양 유작 34점 선봬
관람객들 "꿈 펼치지도 못하고 떠나 안타깝고 미안"

‘예슬이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4일 서울 효자동 서촌갤러리에서 전시 작품들을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박예슬양이 생전에 그린 스케치. ‘절대 여자이고 싶지 않다’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박예슬 전시회 포스터.

소녀의 꿈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구두를 좋아해 스케치를 하기도 하고 남녀 모델이 나란히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서 있는 그림을 그리던 어여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16일 그날의 참극은 소녀를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80일이 지난 4일. 소녀는 돌아왔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故) 박예슬 양을 기리기 위한 유작 전시회가 이날 서울 효자동 서촌갤러리에서 열렸다. 20평 남짓 작은 갤러리에는 하이힐, 노을 지는 풍경,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살고 싶은 집의 주방 도면, 컵 스케치,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그림 등 예슬이의 꿈이 담긴 36점으로 가득찼다.

오전 11시 갤러리는 개관 준비를 위해 조명을 설치하는 직원들과 개관 시간을 미처 알지 못하고 찾은 관객들로 다소 북적였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아무도 불평 없이 차분히 예슬이가 꿈꾸던 세상을 보고만 있었다.

“안산 정부 합동 분향소에서도 자원봉사를 했어요. 페이스북을 통해서 고 박예슬 양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전시회 포스터를 붙일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갤러리 대표님 글을 보고 이렇게 오게 됐어요.”

포스터를 직접 받고 전시회도 보기 위해 멀리 전라북도 익산에서 왔다는 김도연(20)씨는 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뚜렷하고 잘 했던 아이 같은데…”라며 끝내 말끝을 흐렸다.

충북 음성에서 온 강현진(20) 씨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예슬 양의 전시회를 알고 찾아왔다. 안산 정부 분향소에 자원봉사를 하려 했지만 신청자가 많아 못했다는 강 씨는 그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친구와 함께 전시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막상 보니 먹먹하고, 꿈이 많았던 아이 같은데 그 꿈을 다 펼치지도 못하고 떠나서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고 그래요. 친구들도 많이 알고 오고 싶어하는데 못 왔어요. 멀어서.”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교가 일찍 끝나 동료 교사들과 전시회를 찾은 선생님들도 있었다.

동료 교사 4명과 함께 예슬 양 전시회를 찾은 김경석(35세) 교사는 “그림 보고 어떤 학생일까 생각해봤는데, 활발하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생각 차분하게 하고 그런 학생 같아요, 노트에 여자를 스케치로 그렸는데 옆에 ‘난 절대로 여자이고 싶지 않다’고 쓴 것ㅇ르 보고 조용하고 그런 아이지만 마음 속에는 강한 꿈 같은 게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박예슬 양의 아버지 인터뷰를 보고 전시회를 계획했다는 장영승 서촌갤러기 대표는 “예슬양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 미술 작가들도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고, 미술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같이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많이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좋은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예슬양 전시회를 다른 주제를 가지고서 계속 발전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예슬양 전시회가 발전을 할 수 있으려면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예슬이 전시회는 이날 오후 7시 공식 예슬 양의 부모와 유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자리를 함께 30여분간 관련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폐관은 밤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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