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지렛대 마술의 유감(遺憾)
"대한민국은 '부동산 광풍'에 미쳤다!"빚 내서라도 집 사면 '대박', 못사면 '쪽박' 의식 팽배"열심히 일해 내집마련 하겠다는 사람이 바보되는 세상"
구동본차장 dbkoo@sed.co.kr
무거운 물건도 지렛대를 이용하면 쉽게 들 수 있다. 비싼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으면 부담이 그만큼 가벼워지고 수익률도 높아진다. 이 같은 지렛대의 원리를 재테크에 도입한 것이 ‘레버리지 효과’다. 남의 돈을 지렛대 삼아 내가 가진 돈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요즘 ‘부동산 광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서민들조차 서둘러 내 집을 장만하거나 인기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또는 평수가 넓은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이런저런 사정 안 보고 빚을 내거나 예금ㆍ펀드ㆍ보험 등을 깨 불나방처럼 부동산 투자대열에 속속 몰려든다.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의 고액화 추세가 잘 드러난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1억원 초과’ 대출의 비중이 2004년 말 30.5%, 지난 연말 38.3%, 올해 43.9%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저금리와 부동산 불패신화가 계속되면서 너도나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면 ‘대박’, 집을 못 사면 ‘쪽박’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탓이다. 성실하게 살면서 푼돈이나마 꼬박꼬박 저축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겠다는 사람은 ‘바보’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어릴 적 학교교육에서 강조하던 ‘저축이 미덕인 사회’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부채도 자산’이라며 레버리지 효과만 믿고 재테크에 열중한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더 이상 빚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각종 규제수단을 동원하고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상향조정했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집값 거품론’이 꾸준히 제기돼 집값폭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자칫 부동산시장의 ‘폭탄돌리기’에 막차 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까 우려된다. 잔뜩 대출을 끌어다 집을 샀다가 집값이 떨어지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금리가 오르면 국가경제는 물론 가계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런 때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대출을 낀 주택구입에 좀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6/11/30 1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