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정부소유 상장사들의 접대비가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이 부실해져 불가피하게 정부산하 기관들이 인수한 상장사들도 접대비가 교육훈련비, 연구비 등보다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소유 상장사들이 내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대외 의존적인 접대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18억2천7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16억3천600만원보다 11.67%가 늘었다.
기업은행의 작년 연간 접대비는 43억4천500만원에 이르렀고 2002년에는 47억4천만원이었다.
또 한국전력의 올해 상반기 업무추진비는 11억1천400만원으로 작년 동기의 9억600만원보다 23.0%가 증가했다. 한국전력의 작년 연간 업무추진비는 19억1천100만원, 협력비는 16억9천500만원이어서 이들 두 항목의 합계가 36억원에 이르렀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업추비.협력비에는 접대성 비용이 포함되지만 업추비에는 야근자 식비 등이 들어가고 협력비는 대외 업무 추진과정에서의 불가피한 비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직원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액수는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이들 항목의 경우 실제로는 접대성 계정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으며 야근자 식비는 업추비가 아닌 인건비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회계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의 임직원은 작년말 현재 상근임원 9명,직원 50명 등 모두 59명인데,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2억800만원, 작년 연간으로는 5억2천400만원이었다.
임직원 전체가 1인당 연간 평균 888만원을 접대비로 쓴 것으로 계산된다.
반면, 우리금융의 상반기 사업보고서에서 교육훈련비 항목은 아예 없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최대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15억1천5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13억4천100만원보다 13.0%가 늘었다.
이 회사의 작년 연간 접대비는 28억5천200만원, 2002년에는 21억4천500만원이었으나 교육훈련비는 작년 2억3천500만원, 2002년 3억2천900만원이어서 작년기준 교육훈련비는 접대비의 8%에 불과했다.
역시 자산관리공사가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6억7천700만원이었으며 작년 연간 접대비는 27억3천4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작년 교육훈련비는 12억2천만원으로 접대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현대오토넷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3억2천900만원으로 교육훈련비 1억4천400만원의 두배 이상이었으며 작년 연간 접대비도 경상개발비1억3천100만원의 6배인 7억9천400만원이었다.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에 접대비로 5억8천100만원을 지출했으며 작년 연간 접대비는 연구비 4억4천800만원의 3배 이상인 14억6천만원에 이르렀다.
이밖에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LG카드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4억9천800만원으로 교육훈련비 3억4천만원보다 많았고 자산관리공사가 최대주주로, 최근 매각작업이진행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의 접대비는 작년 상반기 1억800만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2억3천500만원으로 두배로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업무추진 과정에서 접대비를 불가피하게 쓸 수 밖에 없으나 자체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훈련, 연구 등은 소홀히 하면서 접대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면 장기적 경쟁력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