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검찰이 서경원(徐敬元) 전 의원 밀입북 사건과 관련, 당시 평민당 총재이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해 제기됐던 불고지(不告知)및 공작금 1만달러 수수 혐의에 대해 재수사에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조사 방침은 국민회의가 지난 9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부산 집회에서 한 `빨치산식 수법' 등의 발언을 문제삼아 정 의원을 고발한데 따른 것이지만이 보다는 김 대통령의 `조작된 사건에 의한 누명 벗겨주기' 차원에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었다.
발생한 지 이미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김 대통령이 당시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새벽 1시30분까지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까지 됐던 사건이란 점에서 검찰로서도 어정쩡한 의혹 형태로 남아 있는 두 혐의를 명쾌하게 풀어줘야 할 부담을 안고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통상적인 고발사건과 달리 고발장 접수 직후 관련기록을 인계 받아 즉각조사에 착수한 뒤 참고인들을 연일 소환하고 있는 점도 특별한 수사의지를 엿보이게하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인 정형근 의원은 `반드시' 불러서 조사할 것"이라고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외견상 정 의원을 피고소인으로 한 명예훼손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통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김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털어내는 수순을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김 대통령에 대한 국가보안법상 불고지 혐의와 외환관리법 위반(1만달러 수수) 혐의는 기소후 법령 개폐에 따라 91년 5월 검찰이 공소취소 조치를취해 확정판결이 없는 상태"라며 "따라서 명예훼손 고발 혐의가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당시의 사실관계를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수사가 서경원 밀입북 사건 자체에 대한 전면 재수사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밀입북 사건 자체는 서 전의원이 대법원 판결(징역 10년형)을 받아 8년여를 복역하고 지난해 사면되는 등 그간의 절차로 이미 확정된 사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관련, 한 사정관계자도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어떻게 재수사 하느냐"고 전제한 뒤 "서 전의원이 당시에는 1만달러를 주었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부분에 한정해서만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에 대한 참고인 조사여부에 대해 "김 대통령은 그동안 일관되게 1만달러를 받지 않았다고 부인해온 만큼 구태여 조사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 조사는 일단 서 전 의원과 비서관 등 당시 보좌진을 소환해 공작금1만달러의 처리과정을 밝혀내는데 집중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당시 조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공안1부 수사팀과 검찰 결제라인도조사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로선 이미 조직을 떠난 검사장급과 전국 일선에 흩어진 현직검사들을 불러조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정 관계자는 "당시 검사들을 반드시 조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검사는조서로 말한다"고 밝혀 검사들에 대한 조사는 되도록 피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한편으로 서 전 의원이 지난 4월 자신을 고정간첩으로 표현했다며 정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도 이번 수사에 병합돼 있어 상황이 더 복잡해질 공산도 적지 않다.
서 전 의원은 지난 11일 고소인 조사에서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강요받았고 사건이 조작됐다고 강력히 주장한 만큼 당시 안기부 조사에서 고문.강압수사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다 보면 밀입북 사건 자체에 대한 재조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고소장에 적시된 고문주장과 `직접적으로'관련된 부분만한정해서 조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