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국내 콘텐츠 생태계조성을 위한 지원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한국게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빈약한 스토리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스토리 창작 지원 도구인 '스토리헬퍼'를 무료 배포한다. 이번 소프트웨어는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툴로 무료배포는 엔씨소프트가 향후 게임 사업에 활용할 탄탄한 스토리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는 "스토리헬퍼를 엔씨소프트 게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게임 문학상 같은 형식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엔씨소프트의 비영리재단인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서울 삼성동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국내 최초로 제작한 한국형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 '스토리헬퍼'를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미국과 같은 콘텐츠 산업 중심지에서는 스토리텔링 저작 활동에 필요한 정보기술(IT) 프로그램들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하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도울 저작도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개발 의도를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향후 스토리헬퍼를 활용해 질 좋은 게임 스토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며 "앞으로 스토리헬퍼를 통해 만들어진 창작 콘텐츠가 영화나 소설은 물론 게임의 스토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엔씨소프트 내부의 게임 시나리오 작가들도 스토리헬퍼를 사용할 계획이며 누구나 해당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게임 스토리 공모전 같은 기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토리헬퍼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약 3년간 30억 상당을 투자해 개발한 한국형 스토리텔링 지원 소프트웨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3억원을 투자했으며,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나머지를 투자해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스토리헬퍼는 1,406편에 달하는 영화 분석을 통해 11만6,796개의 장면 데이터베이스(DB)를 갖췄다. 개발을 총괄한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는 "하나의 이야기에는 반드시 이벤트와 감정, 액션 이 세가지가 나타난다"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분할해 장면의 동사를 분석하고 태그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해당 DB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이용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분석자가 재구성한 자료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에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스토리헬퍼의 개발을 위해 지난 3년간 국내외 스토리 전문가와 작가, 영화 전문가 그룹 등을 인터뷰해왔다. 또 국내외에서 발표된 35건의 논문을 포함해 다양한 학술적 검증도 마쳤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직접 스토리헬퍼를 활용해 집필한 소설 '지옥설계도'를 출간했다.
스토리헬퍼는 작가가 이야기 주인공의 성격, 직업, 주변인물 등 29가지의 질문에 답하면 DB를 활용해 가장 유사한 30가지 이야기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 중 하나의 영화 시트를 선택한 후 시대, 장소, 갈등상황 등을 변형ㆍ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손쉽게 창작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기가 발표하는 원고의 10배 정도의 초고를 쓴다"며 "스토리헬퍼를 사용하면 이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전문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례기반 추론을 통해 유사성이 높은 작품들을 보여줘 최근 논란이 되는 콘텐츠 표절을 방지하는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연구소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스토리헬퍼의 DB를 보충해 나가고, 엔씨소프트는 소프트웨어의 유지ㆍ보수를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