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ㆍ오뚜기 등 라면업체들이 '라면 값 담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1,000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이강원 부장판사)는 8일 농심ㆍ오뚜기가 각각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공정위는 농심과 오뚜기ㆍ삼양라면ㆍ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제조ㆍ판매업체 4곳이 지난 2001년부터 9년여간 총 6 차례에 걸쳐 라면 가격을 인상하는 부당행위를 했다며 2012년 7월 총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특히 농심은 가장 먼저 가격인상안을 마련하는 등 담합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은 1,077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도 각각 97억5,900만원, 62억원7,600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지만 삼양식품은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통해 116억원의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반면 농심 측은 "가격을 올린 선행 업체를 다른 업체들이 따라한 것일 뿐이지 합의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오뚜기 역시 "라면시장은 워낙 좁아 사업자 간에 견제나 상호 의존성 높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독자적인 행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외형상 동일한 행위를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당연한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계 동조 현상 등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 업체가 행한 구체적인 합의의 정황이 뚜렷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등이 주요 임원들이 참석하는 대표자 회의를 통해 가격인상의 필요성을 교환하고 가격인상계획 등 핵심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정보교환이 실제 가격결정에 반영된 정황도 뚜렷하다"며 "특히 농심이 가격인상을 내부적으로만 결정한 상태에서 오뚜기가 농심과 원 단위까지 동일한 가격인상을 결정한 것은 사전적인 합의 없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이들 업체는 2001년 3월 '라면거래질서 정상회협의회'를 열고 가격인상률을 협의한 뒤 같은 해 5∼7월 주력품목의 출고가를 322원으로 똑같이 맞췄다.
재판부는 이어 "후발업체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모방한 경우에는 부당 공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과거에도 담합을 한 전력이 있거나 사업자들이 직접 의사교환을 한 직후 동시에 같은 가격변동이 이뤄지거나 사업자들의 정보교환이 시장 전반에 관한 것을 넘어 개별사업자의 구체적인 생산품ㆍ재고ㆍ가격에 이를 경우에는 담합으로 봐야 하고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징금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농심 측의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라면 값이 정부에 의해 규제되는 등의 이유가 참작돼 비교적 낮은 부과기준율이 적용됐다"며 "10년에 걸쳐 이뤄진 담합에 대한 과징금으로 지나치게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심과 오뚜기 측은 이번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받는 즉시 대법원에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