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액 사기 주의를

시장 침체로 직거래 늘면서
매도자 유인 수수료 챙기고
전월세 보증금 가로채기도

경남 진해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지역 생활정보지에 가게를 내놓았다. 장사는 잘됐지만 남편 직장 문제로 빨리 가게를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권리금도 인근 가게들보다 싸게 내놓았다. 다음날 A중개업소라면서 연락해온 사람이 "매매를 맡겨주면 정해진 기일 안에 권리금을 2,000만원은 더 받아내주겠다"고 했다. 약간의 수수료만 주면 된다는 말에 손해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해 김씨는 동의를 해줬다.

하지만 A부동산은 처음부터 착수비로 50만원을 요구했다. 또 매수 희망자라며 몇 명을 가게로 데려온 후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권리금 감정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25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김씨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인근 중개업소에 문의를 했고 부동산 사기라는 말을 들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 침체로 '직거래'가 늘면서 이를 악용한 소액 부동산 사기가 늘고 있다. 보다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팔아주겠다고 속인 후 중간에 갖가지 명목의 비용을 청구해 가로채거나 주택 전월세의 경우 집주인 행세를 하며 계약금만 갖고 종적을 감추는 식이다. 특히 소액이다 보니 피해자들의 신고가 적어 이 같은 사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2010년 천안시에서는 아파트 집주인을 가장해 131명에게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48억원의 피해를 입힌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금액만 적을 뿐 임차인이 집주인 행세를 하며 전월세 보증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달 초 서울 관악구의 한 오피스텔에 월세를 구한 백모씨는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며 유명 포털 사이트 직거래 카페에 글을 올렸다. 인터넷 직거래로 월세 오피스텔을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의 조건으로 B씨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사를 한 뒤 이틀이 지나 처음 보는 30대 초반 여성이 와서 월세와 보증금을 왜 안 주냐며 방을 빼달라고 했다. 결국 백씨는 그때서야 B씨가 가짜 집주인임을 알게 됐다.

이처럼 소액 부동산거래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시장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는 직거래가 느는데다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정이 급한 매도자들이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비수기인 여름이 가까워오면서 이 같은 사기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당장 가게나 집을 팔거나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경우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사기 중개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애초부터 매매를 미끼로 먼저 접근하는 경우라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