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망명 시나리오 급부상

제2의 걸프전을 막기 위해 아랍국가 지도자들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하야 및 망명을 설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후세인의 망명 시나리오가 아랍권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후세인 망명 시나리오에 불을 지핀 것은 구랍 30일 AP 통신의 보도. AP 통신은 이날 암만 외교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아랍 지도자들이 미국-이라크 전쟁을 막기 위해 후세인 대통령에게 퇴진과 망명을 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이집트ㆍ리비아ㆍ쿠바ㆍ북한 등의 국가에서 후세인에게 망명을 제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2일에는 미국이 전쟁을 감행하지 않고 무혈 쿠데타로 후세인을 축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란 신문들이 보도했으며, 터키의 야사르 야키스 외무장관도 3일 미국-이라크 대치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후세인 대통령의 망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후세인의 최후 선택으로 망명 시나리오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랍 정치 분석가들은 현재 유엔의 무기사찰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고 후세인 대통령이 시간 끌기와 정권 유지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망명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할 때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불가피해지고 막다른 궁지에 몰릴 경우 그가 망명 제의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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