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6일 “8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이 IMF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이라며 그룹 사장단을 상대로 `변화`와 `혁신`을 강도 높게 요청했다.
◇`No.1&Only1` 전략= 삼성그룹은 이날 2004년 경영 지침으로 `글로벌 일류기업의 구현`을 설정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50여개 계열사 사장단에게 크게 위기 의식으로 재무장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 회장은 우선 “지금보다 정밀한 자기 진단을 통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해야 앞으로 일류에서 초일류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들과 경쟁해서 1등을 하든지(No.1), 남들이 안 하는 것을 갖고 1등을 하든지(Only.1)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며 `월드 베스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의지는 당장 삼성그룹의 내년 사업 방향에서 흐릿하게나마 드러난다. 삼성은 우선 내년에도 IT부분을 중심으로 10조5,0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이중 휴대폰과 LCD, PDP 등은 이 회장이 주문한 `No.1 사업부분`의 핵심이다.
`Only1`전략의 핵심은 리딩 사업군으로부터 시작된다. 플래시메모리와 디지털컨버전스 등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품목과 5~10년후 먹어 살릴 사업 등을 염두해 둔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협력업체 강화 프로그램 마련= 이 회장은 또 “나라 전체의 GDP를 높이려면 중소기업이 커야 한다”며 “협력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이와 관련, 이르면 내년 초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여기에는 협력 업체의 재무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기본 토대는 물론, 기술개발과 공정개선, 정보네트워크 공유 등이 광범위하게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밖에 이웃 돕기 성급 100억원을 기탁하고, 103억원을 별도로 조성해 소년소녀 가장에게 매달 20만원씩 생활보조비를 지원키로 했다. 또 50개 사업장별 자매 결연 통한 농촌 봉사활동을 늘려 내년에도 `나눔 경영`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