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디바이너'로 감독 데뷔 겸 주연… 러셀 크로 28일 개봉 앞두고 첫 내한

뜨거운 부성애에 감동… 작품이 날 선택했죠
'갈리폴리 전투'서 전사한 아들, 시신 찾아 이스탄불 떠도는 아버지
전쟁 겪은 韓 관객 깊은 공감 기대


"배우를 하면서도 작품 선택 때는 스토리를 가장 중시했는데 그 기준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감동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 작품도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라 이 작품이 나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워터 디바이너(The Water Diviner·척박한 환경에서 물을 찾아내는 사람)'로 처음 한국을 찾은 배우 러셀 크로(사진)는 19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타난 러셀 크로는 기자회견 내내 웃음 가득한 얼굴로 한국에 호의를 드러냈다.

오는 28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배우 러셀 크로가 처음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지난 1915년 터키에서 벌어진 '갈리폴리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의 시신을 찾아 호주에서 1만4,000㎞ 떨어진 낯선 땅 이스탄불을 떠도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러셀 크로는 전투가 끝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들을 모두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내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아내의 무덤 앞에서 아이들을 모두 찾아오겠다고 약속하는 남자 조슈아 코너 역을 맡아 뜨거운 부성애를 보여줬다.

처음 감독이라는 일을 하게 된 그는 리들리 스콧, 론 하워드 등 여러 대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그는 "하워드는 내게 '감독이라는 직업과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고 내 진정한 친구 중 한 명인 일라이버스는 '너의 43년 연기경력이 도와주는 게 아니라 네가 아버지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자녀들이 언제나 필요로 하는 아빠이고자 노력한다"며 "특히 둘째를 낳으면서는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속에 호주와 뉴질랜드·터키 등 낯선 문화가 섞여 한국인이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한 아버지, 가족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 기쁘다. 또 한국은 전쟁의 상실감을 잘 아는 민족이기에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는 자신의 모국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지만 4세 때 호주로 이민을 갔던 그는 자신의 모국을 호주라고 밝히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국이란 자녀와 가족이 있는 곳을 말합니다. 나는 호주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38년을 살았기에 호주인입니다. 갈리폴리 전투에는 호주 청년들도 많이 참전해 목숨을 잃었고 이 사건은 아직도 호주에 큰 상실감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아들을 전쟁에서 잃고 미칠 지경이 된 아버지의 감정, 가족을 전쟁에서 잃은 감정을 세계인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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