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학 연구수준 아직도 '중하위권'

실용학문 투자 몰려 기초학문은 저변확대 안돼


금종해 교수의 논문이 수학분야 최고 학술지(Annals of mathematics)에 국내 수학 논문으로는 처음으로 게재가 확정 됐지만 국내 수학의 위상은 여전히 중하위권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 교수는 "많은 발전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연구문화나 저변확대 등의 측면에서는 뒤떨어지는 편이다"고 말했다. 금교수의 지적처럼 저변이 너무 협소하다는 게 우리 수학계의 큰 문제다. 물론 수학, 물리 등 순수과학보다는 실용학문에 치중 돼 있는 점도 한계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수학연맹의 참여국 중 총 5개의 그룹에서 최하위인 그룹 1을 면해 그룹 2에 속해있는 실정이다. 금 교수는 "미국의 하버드대학이나 프린스턴대학은 공대가 없다"며 "수학 등 순수학문의 연구가 심도 있게 진행되는 여건이 형성돼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4~5년간 연구만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나라와 그렇지 않는 나라의 격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사립대학 중심의 수학 등 기초학문 연구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만들어진 게 바로 고등과학원이다. 수학, 물리 등 기초학문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기관으로 90년대에 비로소 창립됐다. 최근에는 고등과학원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수학 분야에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금 교수의 논문이 최고 학술지에 실리는 게 확정된 데 이어 고등과학원 수학부의 황준묵, 오용근 교수는 국내 수학자로서는 처음으로 국제수학자총회에 강연자로 나섰다. 국제수학자총회의 강연 초청은 지난 4년 동안 지정된 각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낸 학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으로 그 연구 가치와 리더로서의 역할을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데 의미가 매우 크다. 고등과학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총회의 핵심분야에서 한국 초청 강연자가 배출됨으로써 국제수학연맹에서 그룹3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