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더,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 신바람 에너지를 깨워라 세대·계층 갈등 아우를 '사회통합' 제1순위교육수준·근로의욕 등 세계 최고수준 불구'신바람' 사라지며 한국경제 早老현상 심각일류를 일류로 대접해야 선진국 도약 가능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관련기사 국민 신바람 에너지를 깨워라 '소통의 리더십' 발휘 필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한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 경제의 저력을 볼 때 선진화 가능성도 크다. ‘잘살아보자’는 국민의 열정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가 정신의 퇴조,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고령화 재앙이 닥치면 선진국 문턱을 영영 넘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조로(早老)’ 우려가 높아진 이유는 참여정부 들어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각 경제주체가 무기력증에 빠졌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조차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 ‘신바람’ 문화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저성장이 굳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한국경제호의 좌초를 뜻한다. 빠른 시간 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빈부격차 심화, 복지비용 증가 등으로 사회불안, 양극화 심화, 저성장 고착화의 악순환에 빠질 게 뻔하다.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우리 경제=올해 초 골드만삭스는 한국경제에 대해 장밋빛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리나라가 오는 2025년이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9위로 치솟고 1인당 GDP도 2050년에는 8만1,000달러로 일본ㆍ독일 등을 누르고 세계 2위의 부국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불과 두달 전인 지난해 말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그 이유로 부동산 거품 붕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 고유가 등을 꼽았다. 특히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정책 마비(policy paralysis)를 꼽았다. 정부 정책이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외의 상반된 시각은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교육수준과 근로의욕, 기업의 대외경쟁력 등이 강점이고 위기극복 능력과 역동성도 뛰어나지만 이를 통합하는 리더십이 떨어지면서 퇴행성 질환에 걸렸다는 얘기다. 정덕구 전 열린우리당 의원(고려대 교수)은 올해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한국은 신한국병 때문에 매일 0.5㎝씩 가라앉는 거함과 같다”며 “과거 외환위기가 홍수가 나서 댐이 무너진 것이라면 다음에 오는 위험은 조금씩 타들어가 말라죽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무기력ㆍ의욕상실ㆍ현실안주ㆍ저신뢰의 ‘신한국병’에 걸려 있고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사회통합 없이는 백약이 무효=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사회 갈등이 복잡한 양상으로 심화됐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 및 비정규직 증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 노사 간 갈등, 사회안전망 미비 등으로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한국경제는 남들이 부러워할 성장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점차 무기력해지고 있다”며 “노력한 만큼 성과를 인정받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무력화되면서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을 유발하는 신바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더구나 1980년 이전의 산업화, 1990년대 이후 민주화 및 세계화 과정에서 정권이 여러 차례 교체됐지만 국민통합의 리더십은 미약한 상황이다.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절실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내부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대외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에너지 자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참여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이념ㆍ계층 간 이해관계를 조화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당사자였다는 점”이라며 “차기 정부도 신뢰와 화합의 리더십을 확보하지 않으면 백날 국가 비전을 내놓아봐야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일류 스타를 많이 만들어야=이처럼 국민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갈증은 커지고 있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BBK 의혹 등으로 인해 임기 내내 정당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이념 간,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은 더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은 더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정이 위기의식을 갖고 규제개혁, 노블레스 오블리주 구현, 사회안전망 구축, 기업의 윤리경영 실천, 노사 타협 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과거에 매달려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며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회생, 고용창출, 시스템 개혁 등 미래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사회 갈등이 경제에 부담을 주는 사태만이라도 막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성린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활력이 떨어진 이유는 반기업ㆍ반엘리트 정서 탓에 국부를 창출하는 그룹의 의욕이 많이 죽었기 때문”이라며 “차기 정부는 잘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류를 일류답게 대접해야 한민족 특유의 신바람 문화가 살아난다는 지적이 많다. 좌승희 경기개발원 원장은 “차기 정부는 국민 모두를 하향 평준화하는 게 아니라 ‘스타’는 우대하고 가난한 사람은 끌어올려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양지로 끌어내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도 “현재 정치보다는 기업 쪽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더 많다”며 “차기 정부는 생명ㆍ자유ㆍ행복을 국가 비전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수도권ㆍ기업 규제 등을 확 풀어 기업 활력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2/19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