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잃어가는 금값

强달러에 투자매력 낮아져
최고점 대비 180달러 하락


올 2∙4분기 전세계의 금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금 소비시장인 인도와 중국의 소비자들이 가파른 경기둔화로 지갑을 닫은 데다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 매력도 빛이 바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금위원회(WGC)는 2∙4분기 전세계 금 수요량이 990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65톤보다 7% 줄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금값은 최고가를 나타냈던 지난 2월28일의 온스당 1,798.90달러에서 꾸준히 하락, 이날 고점 대비 180달러 가까이 떨어진 1,619.20달러에 마감했다.

금값 하락은 특히 보석 용도로 사용되는 금의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4분기 보석에 들어간 금 총량은 418.3톤으로 1년 전보다 15% 가까이 감소했다. 인도의 경우 루피화 가치 폭락으로 같은 기간 금값이 29%나 폭등한 탓에 소비량이 30% 줄어든 124.8톤에 그쳤다. 인도는 세계 금 소비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큰손'이지만 올해는 연간 소비량이 700톤에 그쳐 850톤으로 예상되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WGC는 내다봤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금에서 손을 떼는 추세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달러로 거래되는 금의 특성상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금값은 상대적 약세를 나타낸다.

더구나 그리스나 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남유럽 위기 국가에서는 장롱 속 금을 내다 팔아 빚을 갚는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책을 가동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공급되면 소비자들이 닫았던 지갑을 다시 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를 개시할 경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금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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