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삼성車처리 전면 재검토를"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해 정부와 삼성측의 태도가 불명확해지면서 삼성자동차 처리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한빛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일 삼성생명 주식가치를 평가할 실사기관을 선정한 데 이어 오는 5일에는 첫 채권단회의를 열고 삼성생명 주식의 배분과 삼성계열사의 손실분담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5일 열리는 회의에서 삼성생명의 상장이 어렵다면 장외거래를 통해 삼성계열사들이 되사는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나 당초 삼성그룹측이 제시한 대로 주당 70만원 이상에 매입하도록 요구해야 할 형편이어서 계열사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채권단은 담보로 위탁받은 삼성생명 주식이 상장되지 않거나 최소한의 채권을 확보하는 데 대해 삼성측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삼성자동차 처리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삼성그룹의 불명확한 입장=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1일 『삼성생명이 상장을 신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검토결과 상장을 불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교보생명 상장문제가 10년간 연기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그러나 연기불가 방침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삼성차 처리 발표 당시 「삼성생명의 상장」을 기정사실화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도 마찬가지. 삼성측은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400만주)을 출연, 삼성차 부채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전제로 한 것.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삼성생명을 상장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삼성생명이 상장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 주식을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정부와 삼성그룹 양쪽 모두 「대안없는 대책」만을 늘어놓은 결과가 됐다. ◇채권단, 방향설정도 못하고 있는 상태=양측의 이같은 불명확한 태도로 삼성차 채권단만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 채권단은 일단 1일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을 「위탁」받았다. 비상장 주식을 신탁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금고에 보관만」 한 것. 이어 삼성생명 주식가치를 평가할 실사기관을 선정한 후 오는 5일에는 채권단 첫회의를 열어 삼성생명 주식의 배분문제와 삼성계열사의 부담부분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삼성차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삼성측이 삼성생명 주식상장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기 전에는 법정관리 동의 및 삼성생명 주식 처리와 관련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상장이 유보될 경우 삼성차 부채처리에 대해 은행권이 법정관리에 동의할지 여부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현재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은 「주식의 현금화」 문제. 무엇보다 삼성생명이 상장될지 여부가 결론지어지지 않은데다 상장된다 해도 주식가치 평가부분 때문에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정부와 삼성 어느쪽으로부터도 삼성생명의 상장문제를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에 부채회수를 위한 「원천적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상장됐을 때는 주식가치만 평가해 부족분(70만원과의 차액)이 발생하면 삼성계열사들로부터 추가 부담을 요구하면 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상장이 불투명해졌을 때다. 채권단은 이럴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장외시장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사줄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외거래 통한 삼성계열사 부담방식 불거져=삼성차의 최대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의 박해춘(朴海春) 사장은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4,000억원의 현금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이 되지 않더라도 삼성계열사들이 장외거래를 통해 배분받은 주식을 매입해달라는 요구다. 매입 요구금액은 최소 삼성측이 상장에 대비해 밝힌 7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삼성계열사와 해당회사 주주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계열사들로서는 유동화되지 않는 주식을 매입, 현금확보에 부담을 갖게 되며, 특히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은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며 반발할 게 뻔하다. /김영기 기자 YGKIM@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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