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경제 살리기의 전제조건으로 공언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연내 마무리가 추진동력을 상실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면서 노동개혁은 사실상 멈춰서 있고 합의 시한 운운하며 정치권이 지난주 말 극적으로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개악으로 끝나버렸다. 이마저도 모자라는지 국민연금에 손을 대 '불량한 정치적 뒷거래'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매양 이런 식이라면 이제 남은 금융·교육 구조개혁은 손도 대지 못하고 유야무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4대 구조개혁이 이처럼 흔들리는 가장 큰 책임은 포퓰리즘에만 편승한 채 무소신과 무능으로 일관하는 우리 정치권에 있다. 지난주 말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여야 대표 모두 합의시한을 지켰다고 자랑했지만 앞으로 70년간 333조원(공무원연금)을 절감하기 위해 1,669조원(국민연금)의 국민 부담을 늘린 소득대체율 인상은 우리 정치권의 수준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결과물이다. 박 대통령은 4일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사실은 정치권이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국민을 우롱한 처사다. 현직 국민연금 주무장관까지 나서 정치권의 야합에 '월권(越權)'과 '포퓰리즘'을 지적한 것도 당연한 반응 아니겠는가.
개혁은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이나 대상 모두의 자기 살을 베어내는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다. 그만큼 추진과정이 지난(至難)하고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민 대다수가 구조개혁에 동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에 하나 개혁이 불발에 그칠 경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가의 미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목전의 바람인 경제 살리기는 물론이거니와 공무원연금 등이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보궐선거에는 과감한 정치개혁을 이루고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치권이 개혁을 계속 보이콧해나가는 한 과연 제대로 된 개혁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국민 여론을 의식한다면 국가 백년대계를 다시 세우는 차원에서라도 4대 구조개혁을 원점에서 재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