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동통신사, 방송사 등의 반대로 그동안 법제화되지 못했던 전자파 피해에 대한 법률이 17대 국회에 다시 제출돼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의 법안은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 등이 7월20일 발의한 환경분쟁조정법 개정안.
개정안의 골자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다룰 수 있는 분쟁조정대상에 전자파와 통풍방해, 조망권 저해 등을 추가하는 것.
송전탑은 물론 각종 전자제품에서 전자파가 나오고 발암 가능성 등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전자파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미약한 실정이다.
환경부가 2001년 6월 ▲전자파를 생활환경 오염물질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자파 방지시설을 설치.관리토록 하며 ▲정부가 전자파 발생에 대해 필요한 규제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당시 정통부와 산자부, 노동부, 한전, 이동통신 4개사, 방송사 등이 일제히 반대했고 결국 같은 해 10월 법제처의 심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같은 해 12월 국회 환노위 박인상 당시 민주당 의원 등 61명이 이번에는 정부가전자파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토록 하는 내용의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또한 환노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정부가 전자파 피해를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토록 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 물론 전파법이나 전기사업법에 인체보호 기준이 있긴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박 전 의원의 지적이었다.
이번에 김 의원 등이 낸 환경분쟁조정법에 전자파 피해 구제 근거가 포함된 것은 일종의 우회로라고 할 수 있지만 전자파 대책을 환경정책기본법에 넣는 게 다른부처나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4일 국회 환노위에서도 국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의견은 "지금까지의 연구조사만으로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부족하다"는것이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은 "전자파는 국제 암센터가 2001년 6월에 납이나 디디티(DDT) 등과 함께 잠재적 발암물질 등급에 포함시키는 등 위해성이 국제적으로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또 곽결호 환경부 장관도 "환경문제는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대응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 조사.연구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