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ㆍ미국)가 시즌 초반 2승을 거두며 다음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향해 힘차게 진군했다.
우즈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블루몬스터TPC(파72ㆍ7,334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캐딜락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최종합계 17언더파 269타)로 정상에 올랐다. 첫날 공동선두에 나선 뒤 2라운드부터 줄곧 순위표 맨 윗줄을 지켜낸 완벽한 우승이었다. 2위 스티브 스트리커(미국ㆍ17언더파)와는 2타 차.
2009년 말 ‘성 추문’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우즈는 지난해 3승과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우승으로 완전한 부활을 알렸다.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한 것은 메이저 우승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에 도전하고 있는 우즈의 ‘메이저 우승시계’는 2008년 US 오픈 제패 이후 5년 가까이 14승에 머물러 있다. 상금과 출전선수 면에서 메이저 대회나 다름없는 WGC 시리즈 대회 우승으로 강한 멘털(심리)까지 회복한 것. 우즈가 WGC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9년 8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3년8개월 만이다.
우즈는 세계랭킹 상위 65명이 나온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샷과 완벽한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72홀 동안 버디 수는 자신의 최다 기록인 29개에 2개 못 미친 27개나 됐고 특히 라운드당 퍼트 수가 25개로 전성기 때의 예리함을 되찾았다. 최종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출발한 대회에서 42전40승의 압도적 승률로 ‘역전불허’의 카리스마도 재확인했다.
이날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우즈는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정상까지 치달았다. 2번(파4)과 4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은 그는 10번홀(파5)에서도 러프에서 친 어프로치 샷을 홀 2m에 붙여 1타를 더 줄였다. 16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적어냈어도 3타 차 여유가 있었던 그는 마지막 홀(파4)에서 1타를 더 잃었지만 우승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각종 기록도 덧붙였다. 시즌 두 번째 우승한 그는 PGA 투어 통산 승수를 76승으로 늘려 샘 스니드(미국ㆍ사망)의 82승에 6승 차이로 다가섰다. 2007년 이후 6년 만에 이 대회에서 일곱 번째 우승컵을 차지한 그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등 4개 대회에서 7승씩을 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단일 대회 최다승 기록은 스니드의 8승(그린스보로 오픈)이다. 1999년부터 시작된 WGC 시리즈 대회에서 쌓은 43%의 우승확률(40전17승) 역시 놀랍다. 우승상금은 150만달러(약 16억4,600만원). 우즈는 2주 뒤 열리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면 로리 매킬로이(24ㆍ북아일랜드)에게 내줬던 세계랭킹 1위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우즈는 시상식에서 “만족스러운 대회 중 하나였다”며 “특히 퍼트가 마음대로 잘됐다. 스트리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이 대회 개막 전날 연습그린에서 스트리커로부터 45분 동안 퍼트 레슨을 받았다. 2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스트리커는 “우린 절친한 친구다. 그가 플레이를 잘해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날 최소타인 8언더파 64타를 친 애덤 스콧(호주)이 필 미컬슨(미국) 등과 함께 공동 3위(14언더파)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전날 30위에서 공동 8위(10언더파)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