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청춘'과 정년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연로(年老)한 기업인, 은행가, 교육자들 가운데 사무엘 울만의「청춘」(靑春)이라는 시(詩)를 애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고 그것은 마음의 한 상태이다. 그것은 장미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의 전유물이 아니고, 그것은 의지의 전유물, 상상의 품질, 정성의 활력이다. 아무도 연령의 수(數)만으로 늙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理想)을 버림으로써 늙는다. 연령은 피부를 주름지게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근심·공포·자기불신은 가슴의 기(氣)를 꺽으며 넋(魂)을 먼지로 돌아가게 한다. 안테나가 낮아서 당신의 넋이 냉소주의의 눈(雪)과 비관주의의 얼음으로 덮여있을 때 그때에는 당신은 20세라도 늙었다. 그러나 안테나가 높아서 낙관주의의 주파(周波)를 붙잡는 한, 80세라도 젊은 기상으로 죽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윤덕순씨 번역에서 발췌) 맥아더장군이 일본에 진주(進駐)했을 때 점령군사령관 집무실 벽에 이 시(詩)를 액자로 걸어놓고 늘 읽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리더스 다이제스트 1945년 12월호에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본 기업인들에게 전해지고, 이 시에 감명받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당시 패전(敗戰)의 실의(失意)와 좌절속에서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치던 나이 많은 일본기업인들 가슴속에「청춘」이라는 시 내용이 새로운 용기를 복돋우는 작용을 했다. 그뒤 경제부흥을 이룩한 이들은 앨라바마에 있는 사무엘 울만의 생가(生家)를 찾아 나섰고, 여러 자료와 그밖의 작품들을 수집했을 뿐 아니라, 85년에는 일본전역, 각계각층의 저명한 인사(人士)들이 청춘회(靑春會)라는 모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도「청춘」이라는 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잔잔하게 퍼져갔다. 근래 IMF사태로 우리 자신을 통탄케하는 분위기에서 지금 우리야말로「청춘」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분발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오간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나이 들면 어디서나 쫓겨나야만 한다. 쫓겨나면 갈 데가 없고, 무얼 해보고 싶어도 해볼 수가 없다. 「물갈이」라는 표현으로 버려질 뿐이다. 정부는 교육공무원의 정년(停年)을 내년부터 65세에서 60세로 단축키로 했다. 이 경우에도 정년후에 대책이 없다. 요즘 나이 60이면 한창이다.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가 계속 늘어나는데, 정년은 사방에서 단축시키려는 움직임이다. 기업체들은 더 각박하다. 정년이후의 인생은 서럽고 체념으로 가는가. 요즘은 파고다공원도 만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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