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기분이 상했다

제3보(38~59)



본선 2회전을 위한 추첨을 할 때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1회전이 끝난 시점에서 전체적으로 추첨을 새로 실시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로 되어 있다. 2회전의 추첨이 끝나면 결승까지의 대진표가 확정된다. 추첨의 진행을 맡은 응창기교육기금의 간사가 한국 선수들부터 추첨하러 나오라는 말을 하고서 임의로 박영훈을 불러 첫 추첨을 주문했다. 박영훈이 단상에 올라가 콩지에7단을 상대자로 추첨했다. 뒤이어 이세돌의 이름이 호명되었는데 이세돌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추첨순서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선수부터 추첨을 시킨 것까지는 괜찮지만 연령과 서열에 따라 선배부터 추첨하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 항의는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박영훈의 추첨은 무효가 선언되었다. 그러자 창하오를 비롯한 중국 기사들이 새로운 항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영훈이 추첨동작에 들어가기 전에 이의제기를 하려면 해야지 상대자가 밝혀진 이후에 문제를 삼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주최측은 이세돌을 끝까지 존중해 주었고 더 이상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다. 흑39는 공격의 급소. 기분 같아서는 참고도1의 흑1로 공격하고 싶지만 백2 이하 6으로 안정하고 나면 흑이 불만이다. 흑41은 다소 야만적인 공격수법으로 프로들은 여간해서 이런 공격을 하지 않는다. 이세돌은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다. 그는 아예 손을 빼어 백42로 실리를 챙겼다. 어디 한 수 더 들여 공격해 보라는 일종의 야유였다. 흑45를 얻어맞자 비로소 46 이하 58로 모양을 갖추었는데 검토실에서는 백50으로 참고도2의 백1에 붙여 백17까지 타개하는 편이 나았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